SI업계, 결합재무제표 작성 의무화로 초긴장

「결합재무제표」가 시스템통합(SI)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30대 그룹사를 대상으로 올 연말부터 시행이 확실시되는 결합재무제표 작성 의무화로 대형 SI업체들이 초비상에 빠졌다. 재벌들의 투명한 경영을 요구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요청을 받아들여 시행키로 한 결합재무제표는 대기업 집단소속 계열사의 재무상태를 일목요연하게 표시한다는 목표 아래 내부거래는 제외한 외부집단과의 거래만 매출로 인정하는 것이 그 취지다.

이럴 경우 아직까지 그룹사 비중이 70∼80%에 이르는 국내 SI업계의 매출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그동안 업체마다 짭짤한 수익원으로 꼽혀온 계열사수탁관리(SM) 물량의 처리가 애매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일각에서는 SM을 그룹사들이 경비의 개념으로 처리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SM물량뿐만 아니다. 대외물량도 마찬가지다. 한 예로 계열사 PC나 서버 등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로 또 다른 계열사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그룹매출은 결합재무제표상에서는 제로다.

하지만 낙관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결합재무제표는 과다 중복 계산된 매출을 소거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어서 현재와 같이 정당한 계열사간 거래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결합재무제표는 그룹결산서 작성시에만 사용되고 별도로 운영돼온 회사들의 재무제표는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에 SI업체들의 경영상, 영업상 문제에는 별 영향이 없다는 지적이다.

연결재무제표보다도 한층 강화된 결합재무제표는 해외에서도 몇 안되는 국가에서만 시행되는 관계로 그 실체에 대해 속시원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논란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합재무제표 작성이 SI업계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오는 것은 국내 SI업계의 태생배경과 뿌리가 깊다. 국내 30대 그룹 대부분은 계열사 형태로 SI업체들을 보유하고 있다. 90년대들어 SI시장이 새로운 황금어장으로 인식된데다 이로 인한 그룹매출 증대효과 또한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SI업체 매출현황만 봐도 상당수 업체가 수천억원에서 1조원을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결합재무제표를 시행할 경우 SI업체들이 그룹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은 턱없이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이럴 경우 그룹 입장에선 독립계열사 운영을 위해 막대한 부대비용를 감수해가면서 SI업체를 존속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구조조정을 위해 「몸집줄이기」 노력이 두드러지는 최근 추세를 감안할 때 결합재무제표 파장은 전산인력의 해당계열사 편입, SM의 아웃소싱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동안 경쟁력 제고보다는 단순한 「시장걸치기」 내지는 외형확대의 한 방편으로 SI업체를 운영해온 그룹사들의 SI업체들은 이번 결합재무제표의 태풍을 맞아 홀로서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반면 대외시장 비중이 높고 아웃소싱을 수행할 만한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업체들은 오히려 시장확대의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여 결합재무제표은 SI시장의 지각변동을 몰고올 전망이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