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주 상업화 "안간함"

<모스크바=강혜련통신원> 20세기의 세기적 사건을 꼽는 작업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그렇지만 러시아인들에게 우주항공 영역에서의 세기적 사건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지난 57년 10월 4일 첫 번째 인공위성 발사는 그 당시보다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구소련에서 우주시대의 개막은 미국과의 체제경쟁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우주경쟁은 레드스토운스끼 무기고에서만이 아니라 초, 중, 고등학교의 교실에서, 대학의 강의실에서도 전개됐다. 「공산주의적 달(月)」에 대한 소련 지도자들의 집념으로 수학과 물리학은 초, 중, 고등학교의 교과목으로 강화됐다.

「그날 이후」 40년이 지났다. 미국은 정부의 주문을 기반으로 해 수직구조로 사기업인 「보잉」과 「그롬만」을 키웠다. 이 회사들은 정부의 계약에 의해 세계적인 비행 요새를 세웠고 이윤을 남기고 있다. 유사한 체제를 국가계획하에 세운 소련에서는 우주선이 「제국」의 파멸을 제촉하는데 기여했다.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각 부처의 거대한 프로그램에 따라 「보스록」에서 「소유즈」로, 「소유즈」에서 「살류트」, 거기에 「미르」와 「부란」까지의 우주항공 역사가 이루어져왔다. 오늘날 다시 우주항공은 러시아 언론들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지만 이는 「미르」호의 끊임없는 사고 덕분일 뿐이다.

90년대 초부터 러시아의 우주항공부문에는 새로운 과제가 등장했다. 경제개혁이라는 공통의 이념에 순종하면서 기업들은 부득히 자신들의 독자적 활로를 직접 찾아나서게 된 것이다.

새로운 수직구조 건설의 필요성, 주식회사와 국가회사들, 상업적 주문자와 연방정부 주문자, 국제적 기업의 참여자들간의 이익균형의 필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 시기는 지나치게 늦은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러시아에서 우주항공부문의 재구조화라는 단어는 불과 1년전부터 유행되었을 뿐이다. 우주항공부문은 생산성을 급격히 향상시키거나 감축시켜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시장경제체제하에서 러시아 우주항공부문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러시아산 탄두장착로켓 등은 국제시장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것으로 예견된다. 또한 당분간 민간수요를 위해서는 미국의 우주항해시스템 「GPS」를 활용하고 러시아산 우주항해시스템 「GLONASS」는 군사적으로만 활용할 것이라는 러시아 정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에서의 전망도 나쁘지 않다. 매년 38%씩 성장하고 있고 2000년에는 시장규모가 1백1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되는 이 시장에 러시아가 진출할 경우 약 4분의1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우주항공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우주산업 자체에 대한 기존의 태도를 혁신해야 한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한다. 러시아 우주항공국의 수장인 유리 코프쩨프씨는 러시아의 주문자들이 대형 생산기지의 50% 정도를 제정 지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나머지 절반은 외국 주문자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과 관련된 컨퍼런스가 러시아 우주항공국의 주재하에 열렸다.

핵심은 우주의 상업화였다. 러시아의 연방우주 프로그램에다 이제는 「상업적 우주」 프로그램이 덧붙여질 것 같다. 실현 가능한 방안들에 대한 논의는 더욱 진전돼야 하겠지만 아마도 이 「전 지구적 카탈로그」는 기업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항공산업은 시간당 수백만불이 소요되는 거대한 산업부문이다.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그 부수효과가 엄청난 산업부문 임에도 불구하고 소요되는 비용 때문에 러시아정부에게는 또 하나의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우주의 상업화」를 통한 우주항공산업의 성공적 변신은 그 자체가 러시아 경제 개혁의 한 단계를 이룰 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