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출범할 새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기간에 공약으로 내건 과기처 위상강화와 과학기술예산 우선배정 등 과학기술 우대정책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각 부처 산하 출연연구소의 통폐합 문제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차기정부가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하면서 과학기술정책을 기획, 집행하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처를 「처」에서 「부」로 격상시킨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과기부의 서열을 교육부보다는 아래지만 산업자원부나 정보통신부 등 여타 과학기술 관련 활동을 하는 부처보다 높은 8순위로 재조정해 부처간 업무조정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동안 과기처의 위상문제를 놓고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됐던 게 사실이다. 과학기술처가 관계부처의 과학기술 관련 활동을 종합, 조정하거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해 과학기술정책에 혼선을 초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정부조직법상 「부」보다 낮은 「처」로서 부처간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조정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또 재정경제원 장관인 부총리가 위원장이 되는 과학기술장관회의에서 행정부의 모든 과학기술 관련 정책사항들이 결정되고 심지어 과기처 자체의 예산조차도 과학기술 분야와 별관련이 없는 재정경제원 예산실에서 심의, 결정하는 실정이었다.
물론 이번 임시국회에 상정된 정부조직 개편안에 김 차기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과학기술 관련 부처의 통합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두기로 한 만큼 그간 각 부처별로 분산돼 수행되던 과학기술 업무의 조정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과학기술이 지니고 있는 산업, 교육, 고용, 문화 등과의 유기적 연관성에 맞게 효율적인 과학기술 정책이 수립되고, 일관성 있게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차기정부는 교육부와 과기처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해묵은 알력과 갈등이 해소되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와 과기처의 과학기술 연구기능과 교육기능이 서로 중복돼 있어 그동안 수많은 마찰을 빚어왔던 점을 감안, 교육부는 대학교육을 비롯한 고등교육에 좀더 비중을 두고 업무를 취급하되 대학에 대한 통제기능보다는 연구지원 기능을 더욱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은 과학기술의 고도화와 더불어 보다 근접해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부출연 연구소의 통폐합 문제는 신중히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이다. 물론 각 부처 산하 출연연의 연구기능이 중복되고 기초 첨단 과학기술의 개발과 확산보다는 경쟁력에 뒤진 2류기술만 양산해 왔다는 비난을 들어왔다는 점에서는 정비가 시급하다. 또 최근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기업으로부터 직, 간접적인 지원을 받아온 출연연의 연구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출연연구소의 통폐합 조치로 조직이 활력을 잃고 연구기능이 약화될 경우 자칫 국가차원의 기초과학 및 첨단연구에 차질을 초래하면서 기술입국의 기반조성이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한단계 도약하려면 기초과학 및 첨단기술이 필수적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특히 핵심기술을 우리가 자체개발해야 하는 현실에서 출연연들이 물리적인 통폐합 조치로 활력을 잃는다면 그것은 곧 국가경쟁력의 약화를 의미하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부주도의 특정 산업육성은 지양되어 가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지만 기초과학과 첨단기술분야에 대한 지원만은 WTO(세계무역기구)협정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차기정부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체계가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의 여파를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단기적인 과학기술 정책도 시급히 실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차기정부는 많은 기업체들이 불황으로 인해 연구개발을 포기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과학기술 연구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과학기술 연구개발 관련 긴급 구제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