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캐논 5년 연속 순익 증가의 비결

아시아 지역의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본 캐논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순악상승 행진을 이어왔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 회사의 미타라이 후지오 사장은 한마디로 "강한(Strong) 제품"을 만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품의 품질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본이 오랜 자국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는 것은 세계 일류의 제품을 생산하는 우량 수출업체들이 있기 때문이며, 특히 캐논은 그 중에서도 모범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시장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고품질 제품 생산에 필요한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캐논의 의지는 남다르다.

리코.니콘 등 사무기기 시장의 강력한 라이벌의 존재가 이 회사의 R&D 분야에 대한 투지를 게을리할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이 회사의 R&D 투자규모는 1천6백억엔(13얼 달러)으로 총매출액의 10%를 넘어섰다. 이는 일본 내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R&D 분야에 대한 캐논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준다.

R&D에 대한 이같은 관심은 지난 33년 카메라업체로 출발한 이 회사를 몇 차례에 걸친 큰 위기를 극복하고 사무기기 제조업체로 우뚝 서게 만든 강력한 힘이 됐다.

현대 이 회사는 카메라 생산업체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카메라 판매액은 사실 총매출액의 11%에 불과하다. 오히려 복사기.프린터.팩시밀리 등 3대 사무기기의 매출액이 압도적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R&D와 더불어 캐논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온 것이 세계화 전략이다. 80년대 이후 본격화한 세계화 경영의 결과 지금은 이 회사 전체 제품생산량 가운데 해외 생산비중이 30%에 이르고 있으며, 해외 판매비중은 이보다 훨씬 많은 70%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과 세계화를 양 날개로 한 기업 운영의 결과 캐논의 지난해 미출액은 전년대비 10% 증가한 1조6천억엔. 순익은 40% 늘어난 8백30억엔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여기에 자회사들을 포함하면 매출액은 8% 가령 증가한 2조6천억엔에 달한다.

무엇보다 컬러 프린터 신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이같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사치품 정도로 여겨졌던 컬러 프린터가 대중화한 데다 소모품으로 사용되는 고마진의 잉크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캐논의 매출과 순익이 크게 늘어났다.

미타라이 사장은 그러나 캐논이 앞으로 계속 성장하기 위해선 신제품 개발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그가 특히 주목하는 곳은 디지털 분야다. 그는 캐논이 디지털 복사기 시장 진출에 뒤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결코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생활 속에 자리를 잡기 위해선 광케이블망 부설 등 인프라 구축에 아직도 많은 시작이 필요하며 따라서 지금 당장은 캐논이 이 분야에서 뒤져 있다 해도 결국 선두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타라이 사장의 이같은 자신감을 캐논이 디지털 캠코더와 고품질 모니터, 영상회의시스템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미타라이 사장 체제의 캐논도 당장 아시아의 경제위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는 과제를 안고 있다. 캐논은 오는 2000년까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의 매출비중을 10%로 끌어올린다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해 왔다. 미타라이 사장은 그러나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을 인정한다.

캐논은 이에 대해 일단 아시아 역내 생산기지의 제조비용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 일본에서 공급해온 부품의 현지조달 비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다행히 95년 미타라이 사장 취임후 외부 자금차입을 통한 경영을 지양해온 결과 금융비용 부담이 없는 데다 미국과 유럽 시장 판매비중이 60%나 돼 다른 기업들보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영향을 덜 받고 있어 캐논의 경영이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구조조정 바람에도 불구하고 캐논이 다른 기업과 달리 인력 감축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타라이 사장은 최근 캐논의 인력을 현 수중에서 유지하고 무파업을 기반으로 한 기업 화합의 전통을 지켜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서양적 관점에선 다소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이같은 조치에 대해 미타라이 사장은 캐논의 성장 잠재력은 비용절감이 아닌 기술혁신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