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광역무선호출기(삐삐)를 개발한 텔슨전자가 국내 삐삐 제조사들에게 자사의 특허 기술을 도용했다며 로열티 지급을 정식으로 요청,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간 정보통신 단말기 분야에서 외국업체가 국내 제조사들에게 로열티를 요구한 사례는 흔히 있었으나 국내 제조사간 로열티 지급요청은 처음이어서 앞으로 국내 제조사들간의 기술특허 논쟁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텔슨전자는 지난 2일 「특허권침해 중지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내용증명을 통해 『지난 96년 12월 특허청으로부터 「광역삐삐 및 호출수신 제어방법」에 관한 특허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따라서 자사가 소유한 특허권에 대해 아무런 실시권한이 없는 업체들이 제품을 만들어 공급했기 때문에 9일까지 성의있는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법적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발송처는 엠아이텔, 스탠더드텔레콤, 팬택, 와이드텔레콤, 델타콤, 해태전자, 공성통신, 도원텔레콤, 건인텔레콤, 신호전자통신 등 10개사로 국내 광역삐삐 시장의 내로라하는 메이저급 제조사들이모두 포함돼 있다.
텔슨전자는 『그간 이들 제조사들의 제품을 분석한 결과 자사의 광역삐삐 동작원리를 비롯해 중앙제어수단, 주파수합성수단, 메모리 수단 등 전반적인 면에서 특허를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심지어 자사가 보유한 자동로밍을 지원하는 SW 및 회로도를 임의로 빼끼는 등 특허침해 사례가 극심해 부득이 로열티를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텔슨전자의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조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경우에 따라 로열티를 지급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텔슨전자의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지난 95년 6월 광역삐삐 시장이 본격 태동하면서 반짝 판매호조를 보였던 텔슨전자가 그 후부터 엠아이텔 등 후발 제조사들에게 시장주도권을 내준 뒤 현재에는 시장참패(?)가 계속되자 「본전찾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들 제조사들은 광역삐삐와 관련된 기술이 사업자들의 서비스와 관련된 문제로 제조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데다 이미 일본 등에서 일반화한 기술로 텔슨전자의 로열티 요구는 「어불성설」이라고 못박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술내용이야 어떻든 사업자가 프로토콜을 만들고 제조사가 이에 응하는 상태로 상용서비스가 개시됐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문제를 다시 들춰 낸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아무튼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이들 피제조사들이 텔슨측의 요구를 들어주느냐, 아니냐로 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텔슨전자의 주장이 받아 들여질 경우 그간 특정업체의 선행기술을 무단(?)으로 도용해왔던 국내 업계의 비정상적인 관행에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 이의를 제기한 텔슨전자로서는 도덕적으로 결정적인 치명타를 입는 동시에 제조사들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해 앞으로의 사업수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관심사이다.
<김위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