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술동향] 주문형 비디오서비스 "대장정"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대화형 멀티미디어 서비스 가운데서도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가장 먼저 솬심을 모았던 VOD가 이미 세계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시험서비스를 하고 있다.

디지털시대의 총아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그러나 예상을 깨고 첨단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서방세계가 아닌 아시아에 속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먼저 시험서비스가 실시되고 있어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VOD 서비스의 특징은 언제 어디서나 가입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영화일 수도 있고, TV 프로그램이나 비디오 게임일 수도 있고 그 밖의 다른 것일 수도 있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결합으로 가능해진 이 새로운 디지털서비스는 가입자가 어떤 프로그램을 보고자 할 때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 설치된 가입자기기의 버튼을 눌러 서비스 제공업체측의 비디오 저장장치와 접속되도록 함으로써 선택된 프로그램을 고속전화선 등을 통해 즉시 제공받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공중파 방송이나 케이블TV처럼 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받아보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업체의 비디오 서버에 저장된 프로그램 가운데 가입자가 원하는 것을 양방향 전송망을 통해 선택하고 제공받는 것이다.

비디오 서버로는 그동안 오라클의 초병렬.하이퍼 큐브방식 시스템과 IBM의 고속버스 기반 컴퓨터, 휴렛패커드의 VOD 서버 전용시스템 등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기술상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홍콩텔레컴의 VOD인 "대화형TV(iTV)시스템"서비스는 1억2천5백만달러가 투자되고도 그동안 수차례 시험서비스가 연기돼 오다 최근 들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험서비스가 시작됐다고 모든 것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투자액만 해도 앞으로 몇 년동안 지금까지 투자한 것의 4배 정도가 더 투자돼야 서비스가 안정화될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하고 있다. 가입자기기의 보급도 아직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매직스"라는 이름의 VOD 서비스를 지난해 11월부터 제공하기 시작한 싱가포르텔레컴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회사는 현재 1천여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 머물고 있다.

물론 이들 회사는 앞으로 VOD 사업이 엄청난 수입을 가져다 줄 "장미빛사업"이 될 것이라는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싱가포르텔레컴은 앞으로 한달에 평균 5천명 정도 신규가입자를 늘려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홍콩텔레컴도 올해 말까지는 2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희망과 달리 VOD사업이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터넷 붐이 일기 전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VOD사업의 미래를 대단히 밝게 본 것이 사실이다. 특히 통신업체들은 그들의 기존 통신네트워크를 확장, 가정에 VOD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방송사와 케이블TV 및 비디오 대여점의 고객들을 흡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수백만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시장테스트와 기술 시험서비스를 거친 후에 서방의 통신업체들은 아직은 VOD를 포함한 대화형 서비스를 실시할 적기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가정에서 영화를 주문한다는 것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만만치 않은 가입비용을 선뜻 지불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 서비스를 위해선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고품질 디지털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통신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데 그러게 되면 가입자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각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발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홍콩텔레컴과 싱가프로텔레컴은 그러나 각각 자국의 여러가지 여건이 타지역과 달리 VOD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대규모 데이터전송이 필요한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에 드는 비용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고층아파트 중심의 거주 환경으로 인한 상대적으로 높은 단위면적당 인구밀도가 이 지역을 새로운 통신네트워크로 묶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 지역의 높은 가처분 소득과 최근의 VOD 관련 제품가격의 하락세도 이 지역에서 먼저 대규모 VOD 서비스를 가능케 한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같은 비슷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홍콩텔레컴의 iTV와 싱가포르텔레컴의 매직스는 가입자기기의 기본 플랫폼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iTV는 TV를 기본으로 하는 반면 매직스는 PC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차이는 홍콩텔레컴과 싱가포르 텔레컴이 각각 실시한 시장조사 결과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분석가들 사이에서도 어느 것이 더 새로운 서비스에 적합한 매체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어 이들 지역의 서비스 발전 정도가 이를 판가름할 중요한 척도의 하나가 될 전망이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