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상산업 경쟁력 강화 급하다

우리나라 영상산업이 해외는 물론 국내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더구나 IMF 한파로 영상산업계는 다른 산업분야보다도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높은 환율과 고금리시대를 맞아 대기업들이 영상산업에 대한 투자를 우선적으로 축소하거나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KC가 올해 영화산업을 포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다른 대기업들 사이에도 투자기피 현상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영상산업은 「소비산업」이라는 일부 시각과 「하위문화」라는 인식이 널리 깔려 있어 영상산업 발전에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다가는 영상산업의 근간마저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극영화, 애니메이션, 컴퓨터게임 등 영상산업은 21세기를 기약하는 미래산업이다. 특히 영상산업은 지식집약적 고부가가치산업으로서 한 사회의 문화 및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클 뿐 아니라 부존자원은 부족한 반면 인적 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에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다. 따라서 정부와 업계는 다같이 새로운 각오와 비전을 가지고 영상산업 진흥 및 육성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래 유망 수출산업으로서 영상산업의 전략적 육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일본, 프랑스 등 여러 선진국들이 문화 영상산업을 비롯한 21세기형 산업에 국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례로 대표적인 첨단 영상산업인 컴퓨터게임사업의 경우 일본의 게임기업체인 닌텐도와 세가사의 96년 매출이 약 6천9백억엔(당시 환율기준 약 5조6천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그 경제적 규모가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 영상산업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안정적 재원 및 전문인력의 부족, 유통구조의 후진성 등 여러 측면에서 취약한 실정이다.

정부는 영상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창의적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문화산업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문화산업진흥기금을 조성, 영상산업을 중심으로 한 문화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 영상필름 수출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애니메이션과 같이 국제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분야를 집중 육성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법규와 제도도 정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영상산업 진흥을 위한 지원이 크게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작년의 경우 정부가 민간기업에 지원한 자금은 정부의 전체 산업지원금 1조2천억원의 0.03% 정도인 3백억원에 불과할 뿐 아니라 그나마도 가시적인 하드웨어인 시설물 설치에 편중돼 있고 소프트웨어인 영상물 개발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었다. 특히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의한 영화진흥금고 등 영상물의 개발 지원을 위한 정책자금조차도 지원대상에 극영화뿐 아니라 공연장시설비 등을 포함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컴퓨터게임산업이다. 이는 영화, 음악, 멀티미디어 및 컴퓨터산업이 결합된 첨단 종합영상산업으로서 작년 세계 게임시장은 약 5백억 달러, 국내시장은 약 5천억원 규모에 이를 만큼 그 비중이 큰 데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의 80% 이상을 일본, 미국 등 외국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이 분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없는 것은 아니나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너무 적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영상산업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지고 적극적이고 제도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원이 간섭을 수반하는 것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영상산업은 고도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특성상 그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영산산업계는 정부의 지원부족이나 제도의 미비 등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먼저 업계는 외국영상물 수입행태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국내 수입업체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판권료의 과도한 인상문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이와 함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국내흥행에만 초점을 맞추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가까운 홍콩영화에서 보듯이 우리는 시장영역을 넓게 잡고 제작하면 그만큼 수출이 확대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또 수출확대를 위해 외국 대행사를 발굴하고 해외 거점을 넓히는 데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부와 업계가 다같이 영상산업이 유망 수출산업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그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