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한파가 내수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일본 PC업계. 이같은 매서운 추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는 가운데 이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NEC와 후지쯔의 싸움은 과거 어느때보다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이들 두 업체의 싸움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해 9월 NEC가 자사 독자 규격을 사실상 포기하고 IBM호환기종과 맥락을 같이하는 차세대 PC규격 「PC98NX」시리즈를 시판하면서부터.
NEC의 이같은 결정은 사실 버틸만큼 버틴후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나, 문제는 발표후 급속히 나빠지는 여론과 경쟁업체들의 견제 공세다.
기존 규격 PC 소유자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비난의 목소리야 이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는 당사자라는 측면에서 처음부터 예상했고 감안했던 일이지만 NEC를 더욱 궁지로 몰아 넣고 있는 것은 사실상 이런 규격 변경을 교묘히 부각시키는 경쟁업체들의 전략이다.
최대 경쟁업체인 후지쯔는 최근 자사가 일본 PC시장 점유율 NO.1이라는 광고를 신문과 TV를 통해 내 놓고 있다. 「단 IBM 호환 기종 가운데」라는 단서를 붙인 이 광고들로 후지쯔는 NEC의 규격 변경을 부각시키면서 실제 점유율 1위업체인 NEC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NEC도 이에 대해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후지쯔에 대항해 NEC는 자신들이 실질적 1위업체라는 점을 강조하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NEC로서는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기존 「PC9800」 시리즈를 제외하면 후지쯔가 IBM호환 진영의 수위업체임이 확실하고 그렇다고 기존 제품의 점유율을 강조하자니 방침 변경을 비난하고 있는 기존 NEC 소비자들의 미움을 상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NEC로서는 매우 곤욕스러운 일이지만 현재 NEC와 후지쯔의 싸움을 지켜보는 일본 소비자들은 과연 내년에는 「단」이라는 단서가 없는 후지쯔의 NO.1 광고를 보게 될 것인가, 아니면 NEC의 위상을 새삼 재확인 하게 될 것인가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