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원년인 98년은 시스템통합(SI)업계엔 분명 도전의 해다.사회 전반에 몰아닥친 구조조정 태풍이 투자위축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시장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구조조정을 또 하나의 기회시장으로 만들지 못할 경우 적지 않은 업체들이 탈락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땀흘리는 대표적인 SI업체 사령탑들의 경영구상을 통해 올 한해 SI시장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삼성SDS 남궁석 사장
남궁석 사장은 바둑에 비유하면 정석에 충실한 큰 바둑을 두는 경영인으로 통한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잔수」보다는 선이 굵은 포석으로 멀리보는 바둑을 즐기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이는 최근 인원재배치 및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시장을 비롯한 신규시장 창출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데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남궁사장의 폭넓은 식견은 지난 93년 SDS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5년 넘게 사령탑을 맡아온 풍부한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탓도 있겠지만 항상 공부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주변의 해석이다.
국가경쟁력은 정보인프라 구축에서 나온다는 게 남궁 사장의 평소 지론이다. 최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장」에 이어 「한국SW산업협회장」로 취임한 것도 바로 국가정보 인프라 구축만이 IMF체제를 조기에 극복하고 항구적인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소신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IMF체제에 따른 올 경영환경 변화를 전망한다면.
▲한마디로 IMF체제는 이제 단순한 경험이나 주먹구구식 계획으로는 기업을 경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시험대 역할을 할 것이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모든 기업이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또 어떤 방향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 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보화를 얘기해왔는데 그것은 바로 지금의 경영환경의 변화가 21세기 정보사회로의 변화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의 확보, 구조조정의 방향은 정보인프라 구축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올 경영목표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 이내로 예상되고 있지만 SI사업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본다. 삼성SDS는 최근 경기 침체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약 10% 내외 성장한 약 9천2백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전략상품들을 집중 육성해 해외 수출력 강화와 함께 Y2K와 같은 신규로 창출될 시장을 주도해나갈 방침이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이제는 국내에서 쌓아온 SI분야 기술력을 국제무대에서 평가받을 때라고 본다. 앞으로 세계진출을 위해 사업부문마다 별개의 전략과 전술을 준비하고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주력제품은 UniPACS(의료 영상정보 전송시스템) UniSAVER/2000(Y2K방법론) 스마트스튜디오(VOD저작도구) 등이다. 또 해외 선진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체결되어 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독일 SAP, 일본 NEC 등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SI시장전망을 놓고 우려와 기대가 교차되고 있는데.
▲우선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경기불황에 따른 시장 위축이 역시 SI업계로서도 부담이다. 하지만 상황이 어려울수록 경영의 효율화는 더욱 절실해지기 때문에 정보화 투자가 더 부각될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보화 투자는 다른 어떤 부문에 대한 투자보다도 투자효율이 높고 짧은 기간 안에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한 인식만 제고된다면 오히려 이번 기회를 계기로 국내 기업의 정보인프라 구축이 촉진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 정보인프라 조기구축을 위해 서둘러야 할 부분이 있다면.
▲IMF라는 국가적인 위기를 맞아 사회 전반에 걸쳐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이 구조조정의 방향은 정보사회로의 이전을 전제로 해야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통합된 행정체제를 구축하고 새로운 분야의 산업를 지원할 수 있는 새 법령을 갖추어야 한다고 본다. 행정체제와 법령이 신산업을 리드하느냐 아니면 방해하느냐가 바로 정부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행정, 교육, 군, 금융, 산업 등 전부문에 걸쳐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국가 기간시스템의 정보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의 활성화는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10만명 이상의 고급인력의 일자리를 마련해 골치아픈 실업문제까지도 해결해 줄수 있다고 확신한다. 국가정보화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경쟁력 확보에 필수조건이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