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40)

여전했다.

사내의 그것은 여전히 꼿꼿하게 솟구쳐 있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늘처럼 여인의 몸을 달구어놓지는 않았었다. 사내가 옷을 벗기 전 이미 아랫도리가 솟구쳐오른 것을 보면서 여인의 몸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인은 사내가 누워 있는 방향과 반대로 자세를 잡았다. 몸을 바짝 밀착시킨 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뚝 솟아오른 사내의 그것이 여인의 앞가슴과 접촉을 시작했다.

신음, 여인의 신음이 이어졌다.

『악은 일곱 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소. 악의 무기는 거짓, 사악함, 슬픔, 잔혹, 질병, 고통과 죽음이었소. 이것을 통해 혼돈과 무질서를 창출시켜 이 세상을 파괴하려고 하는 것이오. 그러나 파라바하는 악의 무기를 이미 다 꿰뚫어보고 있소.』

사내는 여인의 신음과 함께 움직임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거짓과 사악함, 슬픔과 잔혹, 질병과 고통과 죽음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바로 기쁨의 상실이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기쁨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오. 인간의 기쁨. 그 기쁨을 얻기 위해 악의 무기가 활용될 수도 있소. 악을 극복하기 위해서 악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오. 선을 위해 활용되는 악은 악이 아니라 선이오. 선. 바로 그것이 파라바하가 추구하는 선이오.』

여인의 신음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 신음소리와 함께 여인의 움직임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X축, Y축, Z축. 아래, 위. 좌, 우. 동그라미.

커지는 신음소리처럼 여인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사내는 자신의 앞가슴에서 허리 아래쪽까지 크게 몸을 움직이고 있는 여인의 몸놀림에 상관없이 말을 계속했다.

『파라바하를 사실적 어원으로 보면 「내가 선택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소. 또 다른 어원으로는 「빛난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소. 태양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오. 이 빛은 단순한 광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영광과 신의 자비를 대변하고 있소. 또한 페르시아 제국에서는 왕의 영광을 의미하고 있소. 신이 내려준 선물이란 뜻으로 「카리스마(charisma)」와 동일한 어원을 지니고 있는 것이오. 그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온 세상을 신비의 세계, 부의 세계, 권력의 세계, 쾌락의 세계로 만드는 것이 바로 파라바하의 꿈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