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5 이후 최대 국난으로 평가되는 IMF체제의 조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가 정보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주장이 정보통신 관련단체와 관련업계는 물론 차기 정부의 「정권인수위」 내부에서까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공감대와는 별도로 국가정보화 구축사업과 관련된 실제 추진방향과 내용 면에서는 서로간의 우선사업 순위가 크게 다르거나 지극히 피상적인 측면이 적지않아 정책추진 과정에서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본지에서는 IMF체제 극복을 위한 국가경쟁력의 항구적인 확보수단으로 국가 정보인프라 구축의 바람직한 추진방향을 모색한다는 취지 아래 지난 16일 당국과 업계, 학계 관계자들을 초빙, 국가정보화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김성희 KAIST 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국가정보화를 「제2의 산업화」로 규정하고 정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국가정보화는 정치지도자의 지도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국가 최고정보책임자(CIO)제도 도입 등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정책실시를 촉구했다. 토론내용을 지상중계한다.
<편집자>
△사회자(김성희 교수):먼저 바쁘신 중에도 국가정보화 정책토론회에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오늘 토론회는 신정부 출범에 맞춰 국가정보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신정부는 최근 집권기간 풀어야 할 숙제로 1백대 과제를 선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국가정보화가 상위과제로 지정됐다는 것은 그나마 그 중요성을 직시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국내는 지금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구조조정기에 있습니다. 금융, 산업구조가 IMF, 즉 힘의 논리에 의해 서서히 바뀌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국가정보화 구조는 외적인 충격에 의해 정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업계, 학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업계, 학계에서는 21세기를 준비하는 지금이 바로 국가정보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라고 보고 있습니다. 국가정보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 10년의 세월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었습니다.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정보화를 뒤로 물러서게 해서는 안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특히 정보화 투자는 비용보다는 자산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고용창출의 기회 역시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참석자 여러분께서는 오늘 토론회에서 정보화의 현주소와 대책,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주십시오. 우선 국가정보화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어떻습니까.
△장영달 의원:사회자께서 국가정보화의 모습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주셨습니다. 국민은 정보화를 21세기 선진국 진입을 위한 통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화의 실체나 정부정책의 방향에는 인식도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정보화의 여러 모습을 국민이 알기 쉽게, 총론보다는 각론으로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정보화는 통일적으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이 또한 정보화에 대한 국민의 이해수준을 향상시키지 못한 원인입니다. 정보화 담당부처인 정보통신부의 경우 힘의 관계에 의해 정책을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권력의 서열에 따라 정책들이 좌지우지되었던 과거 정부의 폐해도 있었습니다.
새정부는 국민의 정보화의식 확산을 위해 통일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수행해야 합니다. 다행히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신정부는 정보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습니다. 정보화에 가장 중요한 정책의 통일성이 확보될 것이라 판단합니다. 이와 맞물려 법적, 제도적 장치와 노력들이 병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노준형 심의관:우선 정보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 정보화 흐름이 정확히 파악될 때에만 정보화에 대한 비전과 정책수립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정보화의 구석구석을 피부로 느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정보화는 잠재적 가능성으로 머물러 있으며 그 규모도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정보화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도 정보화 파악에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입니다. 정보화 인프라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식 후에도 효과가 잡히지 않는 것은 인식의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정보화의 실체를 느끼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화는 민간부문이 활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실체를 드러냅니다. 조정과 협의를 거쳐 실제로 현실에 적용될 경우 확연히 파악된다는 것입니다.
△사회자:지금까지 추진됐던 정보화가 국민의 컨센서스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우선 정확한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부처간 정책이 통일성을 담보하지 못했으며 그 실체가 대규모, 잠재적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국민의 국가정보화에 대한 이해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가시적인 노력과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국가정보화가 추진돼야 하는지요.
△백만기 국장:작년 6월 발간된 우즈알렌 해밀턴 보고서는 우리에게 뼈아픈 지적을 남겼습니다. 한국이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편입됐지만 선진국과의 지식격차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IMF사태를 맞이하면서 그 지적은 더욱 크게 와닿습니다.
그 격차는 시간뿐 아니라 노력의 질에서도 나타납니다. 국가정보화만을 놓고 본다면 정보화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과 한국은 천양지차입니다. 미국은 30∼40년간을 정보화에 투자했습니다. 이것이 현재의 엄청난 경쟁력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국내의 경우 국가정보화에 대한 중장기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산업경쟁력을 위해서라도 10년 이상의 투자가 지속돼야 합니다. 우선 정보인프라, 콘텐츠 등 물리적인 요소에 더해 법, 제도 등 무형의 질서도 정비해야 합니다.
현 시점에서 정보고속도로가 현실에 적용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케이블망, 무선네트워크 등 인프라를 실질적인 분야에 사용, 비용을 낮추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남궁석 협회장:국가정보화의 중요성은 다들 공감합니다만 정작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기계화, 자동화 정도로만 해석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화는 1770년과 1868년에 영국과 일본이 각각 산업혁명과 메이지유신을 통해 산업화의 길로 접어든 것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정보화는 「사회이동」입니다. 특히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의 전이를 뜻합니다. 정보화는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통해서가 아니라 지도자의 리드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민의 의사를 하나하나 모으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클린턴과 싱가포르의 이광요 등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국가정보화는 지도자가 의욕을 가지고 추진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이와 반대입니다. 정보화부문에서는 정부가 기업체만도 못하다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습니다. 정부가 솔선해 정보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사회자:정보화가 장기적으로 또 비전을 가진 지도자에 의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들입니다. 현재 국가정보화는 세개의 축으로 추진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공부문 정보화, 민간부문 정보화 및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등이 그것인데요.
전자정부 구축으로 대변되는 공공부문 정보화는 신정부가 의욕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민간부문에서는 온라인뱅킹, 가상대학 등 여러 형태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만 너무 이상적인 개념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국가정보화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각 부문, 분야에서 어떠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십니까. 또 최근에는 산업계에서 국가정보화를 이끄는 CIO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정보시스템 총괄조정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현재 CIO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기능이 비상조직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말씀해 주십시요.
△백만기 국장:우선 정보고속도로를 정형화된 틀에 묶지 말고 민간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도구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와 함께 앞에서도 잠깐 언급이 있었습니다만 정책의 통일성을 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국가정보화를 이끌어가는 정보통신부가 객관적 입장에서 정책의 통일성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책의 통일성은 다양성 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각 부처가 다양하고 정책적인 솔루션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건설부의 경우 건설CALS 등을 통해 정보화 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이같은 다양성을 통일된 형태로 묶어 국가정보화의 거대한 모습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것은 정부예산 문제에서도 중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정보화 예산을 다루는 곳은 국가과학위원회(NSTC)와 기획예산처(ONB)로 나뉘어 있습니다. 두 기관은 초창기 예산분배 문제에서 상당한 갈등을 보였습니다만 결국 ONB가 예산권을 갖고 NSTC가 비토파워를 가지는 형태로 정리됐습니다.
정보화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이처럼 다양성에 바탕을 둔 통일성이 확보돼야 할 것입니다.
△남궁석 협회장:정부기구의 정보화 자격증 보유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정부가 정보화를 이끌어야 하는데도 기업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국가정보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전자정부가 탄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도자의 힘이 미치는 곳에 국가 CIO가 있어야 합니다. 또 개별기업에 CIO가 존재하는 것처럼 부처 CIO 역시 새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국가 CIO와 부처 CIO는 정보화 관련 기술적인 맥을 짚어 표준을 만들고 각 민간기구의 협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각 부처에 할당, 정보화분야에 각개약진식으로 집행되고 있는 예산을 통합할 경우 정보화 관련예산을 증액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를 통해 작은 정부, 강력한 전자정부를 만들고 전 공무원이 정보화 열기에 휩싸이게 하면 IMF의 어려움을 역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두 가지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정부 스스로가 강해지기도 하지만 산업육성 계기도 됩니다. 국가정보화의 성공은 가장 좋은 전자정부를 갖는 것입니다. 정부가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노준형 심의관:정보화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는 예산기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보통신부가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면서 예산기능과의 연결고리가 필요합니다. 전산망사업시 전문가집단으로 구성된 선심제도는 중복투자를 예방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입니다.
△장영달 의원:정치권에서 보면 국가정보화는 정치시스템의 고도정보화를 뜻합니다. 일부 의원들은 정보화에 대한 전문지식과 상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중심이 돼 각종 정보화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들은 거의 정보화에 문외한입니다. 이들은 정보화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정치는 국가정보화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정치권력과 정책결정자들은 과거의 권위주의적 시각을 불식시키고 국가정보화에 앞장서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선입견과 권위주의적인 사고를 갖게 되면 전문가 의견을 정책결정에 반영하는 경우가 드물게 됩니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탈권위주의적인 시각입니다.
신정부는 이같은 권위주의 청산에 앞장설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여러해 망명생활 도중 겪었던 선진국의 경험이 권위주의의 속박을 해제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노준형 심의관:IMF 한파에 직면해 있다 해서 국가정보화 투자를 줄이는 것은 단견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투자를 줄이지 않으면서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자가 효율적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국가가 평가할 문제가 아닙니다. 시장이 평가해야 합니다.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 꼭 도입해야 할 것은 외국의 성공사례에서도 보여지듯이 국가 CIO제도입니다. 이를 통해 정책의 일관성, 투명성을 보장하는 전자정부를 구축해야 합니다. 공공서비스의 질 또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회자:두시간여에 걸쳐 많은 의견들을 내주셨습니다. 대략 정리하면 국가정보화가 순기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국가, 국민적 차원의 동의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들을 하셨습니다.
2010년경에 가서는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계층적, 지역적 불균형 역시 우려되는 사항입니다.
올해 들어서 차기 김대중 정부는 국가정보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국가정보화가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의견과 정보화의 역기능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등 역점을 둬야 할 것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남궁석 협회장:많은 분들이 정보화를 진척시킴에 따라 미국 등 선진국에 예속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표준은 인터넷, 인트라넷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보화의 인프라에 해당합니다.
국내에는 그 기술을 터득해 개발할 수 있는 인원이 대략 5만여명 정도 있습니다. 기술 및 정보화 인프라의 대외 종속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최근 발생한 반도체기술 유출도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 발생한 사건입니다.
지식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정보화를 앞당기는 길밖에 없습니다.
△장영달 의원:차기 정부가 발표한 1백대 과제 가운데 둘째, 셋째가 다행히 과학기술, 정보화에 할애된 것은 그만큼 정보화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또 정보통신부 강봉균 장관을 정책기획수석으로 내정한 것도 정보화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배려로 보입니다. 신정부는 강 장관 채널을 통해 각계각층의 아이디어를 결집, 정보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정보화 없이는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기술, 정보, 지식을 확보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이 우리것을 지키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사안입니다. 자주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세계화를 위한 기술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만기 국장:새정부가 기존 정부와 다른 점은 정책의 슬로건화를 행동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시점에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국내에서 산업화는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국가정보화는 산업화의 완성을 위한 차원에서 진행돼야 합니다. 정보화를 사회 곳곳에 스며들게 해야 합니다.
△노준형 심의관:G7국가 가운데서도 미국은 정보화 투자를 오래 전부터 해온 국가로 꼽힙니다. 미국 경쟁력의 바탕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정보화의 완성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우리 역시 교육, 의료 등 각 사회분야에 걸친 현실적인 정보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추진과정에서 정부와 민간의 협조체제는 필수적입니다.
△사회자:미국의 한 사립고에서는 학생들이 숙제를 하기 위해서 주당 4시간 이상 인터넷을 활용해야만 하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정보화가 거창한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 말단으로부터 정보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가정보화를 계획에 맞춰 차근차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시간 토론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