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최근에 위기를 맞았지마는 우리나라가 지난 30∼40년간 달성한 고속적인 산업발전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 발전과정을 통해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문턱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공과대학들은 이러한 조국의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수많은 우수한 엔지니어들을 배출함으로써 그 임무를 비교적 설싱하게 수행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시대적 환경변화에 대응해서 끊임없이 변신해야 하듯이 대학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변화에 맞추어 새롭게 혁신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21세기의 변화된 환경은 어떤 것일까. 이런 변화의 요체는 빠르게 진행되고 타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욱더 다원화, 복합연계화, 다층화해 가는 사회적 특성이다. 결국 21세기 우리 사회는 지식화, 정보화가 사회발전을 견인하는 기술기반형 경제사회,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국가경쟁이 심화되는 기술집약형 산업사회, 그리고 모든 인간활동과 사회가 각종 기술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기술연계형 복합사회로 변화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과대학의 현실을 보자. 우리 공과대학들의 교육의 특징은 한마디로 획일성이다. 모든 대학들이 교육목표나 교육과정이 유사해서 학생의 자질이나 지역적인 특성 등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학의 목적과 기능적 측면에서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결국 우리 사회는 교육낭비에 시달릴 것이다. 최근들어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전학이나 전과조차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의 고도화에 따라 인력수요의 주요 부분은 빠르게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배출되는 졸업생의 부분별 비율은 아직도 70년대와 유사한 상황이다.
또한 지난 수년간 진행된 대학평가 및 교수업적 평가는 대학의 질적 향상에 공헌을 하였지만 대학과 교수를 교육업적은 무시한 채 주로 논문발표 건수라는 단일잣대로 평가해 서열화함으로써 교수들이 학생들의 현장적응력, 실무능력에 필요한 설계와 실험실습과 실무체험 등의 전문기술 교육에는 등한히 하고 순수학문 연구에만 주력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각 대학들은 여건에 따라서 학부교육 중심대학, 대학원교육 중심대학, 대학원연구 중심대학 등으로 목표를 다양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산업분야는 20년∼30년 전에 비해서 엄청나게 변화했는 데도 불구하고 주요 교과목들은 고전적인 형태로 세분된 채 변화하지 않고 있다.
졸업생들과 산업체들의 공학교육에 대한 비평에도 귀를 귀울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금속공학의 교과과정은 최신설비의 제철, 제강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계장치와 자동화 및 컴퓨터 등에 대한 교과목들을 보강해서 졸업생들의 경쟁력, 취업률을 높여야 한다. 또한 기계공학 등의 교과과정도 엔지니어의 종합적인 사고력과 판단, 결정력을 높이기 위하여 재료와 역학과 설계, 생산과 환경과 경제 등을 연계해서 교육하는 통합교과목들도 많이 개발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 단기보조 교육과정 등을 활용해서 정보처리 능력 및 외국어 의사소통 능력도 배양해야 한다. 이제는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고 이를 추격하던 시대에서 스스로 독창적인 기술을 개척하고 해결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실무능력, 현장적응능력이 있는 인재양성을 위한 실험실습과 설계교육은 특히 강화해야 한다. 또한 과거에는 엔지니어의 역할이 기술문제에만 국한되었으나 앞으로의 제반 공학적 문제는 학문분야들이 밀접하게 연계되고 사회, 경제, 환경과도 관련되어 통합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시스템적이고 통합적인 사고, 판단력을 배양시키는 교육방식의 도입이 요청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술인력 양성의 당면과제는 전체적인 양적확대가 아니라 배출되는 인력의 질적 수준이다. 21세기를 맞이해 우리의 공과대학 교육이 지향해야 할 길은 전문가로서의 기본능력과 현장적응력 제고, 경영 및 벤처창업 관련 교과목 강화 및 통합교과목 개발과 교육을 통한 통합적, 시스템적 능력제고, 학생의 취향과 진로를 고려한 모듈교육에 의한 전공 능력의 심화, 앤지니어를 산업과 사회의 지도자로 육성하기 위한 창의성, 기획능력, 의사소통력, 합리성, 협동성, 공정성 등의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李長茂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