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통부가 나아야 할 길

헌정 사상 초유의 여야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마침내 지난 25일 출범, 국난극복을 위한 화합과 재도약의 새 시대를 열었다. 현재 국회에서 새 총리 임명동의안의 처리지연과 이로 인한 새 각료구성이 차질을 빚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 정부 출범의 의미가 축소될 수는 없다.

2000년을 맞이하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준비하면서도 경제 신탁통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조기극복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안고 출범하는 「국민의 정부」는 그래서 더욱 치밀하고 완벽한 국정운영 계획이 요구된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천명한 「정보대국」 육성 의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또 신임 대통령이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가장 적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데에도 동감한다.

김 대통령이 밝힌 「정보대국」의 국정지표 실행은 범부처적인 과제이지만 최일선에서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부처는 정보통신부다. 신임 대통령이 국민의 동의를 얻어 비전을 제시한 이상 정통부는 이에 가장 충실한 집행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때문에 「새로운 정통부」는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위상과 진로를 모색해야 하고 이를 위해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우선 새 정통부는 명실상부한 「국가 정보화」의 컨트롤 타워로서 확고한 입지를 재구축해야 한다. 김 대통령의 정보대국 의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도 정통부의 정부 부처내 조정, 통제기능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모든 국민이 컴퓨터를 활용하고 인터넷을 비롯한 네트워크를 통해 지식산업을 창출하는 일은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주체세력이 뚜렷해야 하고 정통부가 이를 담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과거에도 정통부가 이런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실제적으로는 재경원, 교육부, 통산부, 과기처 등 관계부처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거나 엇갈릴 경우 정통부 차원의 조정이 쉽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었다. 또 비슷한 내용의 정보화 프로그램을 부처별로 추진, 중복 과잉투자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특히 예산권을 쥔 재경원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간섭」이 국가정보화를 총괄하는 정통부에는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이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내각에서도 예산 우선배정 등 정통부에 실질적인 힘을 실어줘야 하고 정통부 역시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는 부처라는 자부심을 갖고 컨트롤 타워 역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새 정통부는 IMF체제 아래서 정보통신 산업정책을 더욱 치밀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문민정부 시절 이미 통신산업 개방에 대비해 대대적인 신규 사업자를 허가, 「경쟁을 통한 국제경쟁력 확보 정책」을 펼쳤지만 IMF암초를 맞아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통신사업권 허가로 정통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부처로 부상했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주목받는 부서가 돼야 한다.

이제는 총체적인 국가전략 차원에서 산업정책을 수립, 업계의 경쟁력을 북돋워야 할 때다. 이는 정통부가 정보산업에 관한 한 세계경제의 흐름과 전망, 국내업계의 현황 등을 진단, 처방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새 정통부는 또 규제와 규제완화를 적절히 조화할 수 있는 혜안을 갖추어야 한다. 마치 규제 완화만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기업을 돕는 길인 양 치부되는 것은 적어도 정통부에만은 통용될 수 없다. 통신부문이 국가기간 인프라인 만큼 적절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어떤 정부도 통신분야를 규제하지 않는 곳은 없다.

그래서 정통부는 묶을 곳과 풀어줄 곳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말처럼 쉬운 작업이 아닐지라도 산업을 진흥하고 정부의 역할도 충분히 수행하는 현명한 정책적 판단이 요구된다. 어찌보면 이것이 정보대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일지도 모른다.

끝으로 새 정통부는 국민의 정보 마인드 확산 노력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정보 마인드는 누누이 강조하는 사안이지만 현실적 성과는 미미하다. 예산이나 적당히 지원하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고 무언가 획기적인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진정한 정보대국이 되기 위한 밑그림으로 국민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파고 드는 정보 마인드 확산은 새 정통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