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사회 전반의 정보화가 급진전되면서 이에 따른 역기능 현상도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해킹이나 바이러스 유포 등의 각종 컴퓨터관련 범죄가 정보화의 역기능에 해당한다.
정보사회에서는 천재지변만이 재앙이 아니다. 해커들의 무분별한 탐험이 엄청난 재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컴퓨터망에 예고없이 찾아들어 데이터를 파괴하거나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단아(異端兒)들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일상의 모든 업무가 전자적으로 처리되는 정보사회의 기반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업무가 전자적으로 처리, 교환되는 정보통신망은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해커의 표적이 되기 쉽다. 국가전산망은 물론 상용망에서도 해킹이 수없이 이뤄지고 있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해커들이 그동안 국가전산망과 각종 연구기관 전산망 등에서 해킹을 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으며 적발된 것만도 상당수에 이른다.
단순 절취사건이나 사생활 침해도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되는 판에 국가기간망이나 군사통제망 같은 중요한 전산망을 흔들어 놓을 경우 사회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 컴퓨터와 통신을 근간으로 한 정보사회의 장미빛 이상이 해킹이나 컴퓨터 바이러스의 창궐로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전국 11개 국립교육대학 전산망에 외국인 해커가 칩입해 포르노 화면을 게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대학들은 해커의 침입사실조차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국내 전산망 보안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신원불명의 해커들이 2주 동안 미국 국방부의 컴퓨터망에 침입, 모든 병역업무에 타격을 입힌 사고가 발생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번에 해커들이 침입한 국방부내 컴퓨터들은 기밀정보를 취급하지 않는 것들로, 기밀취급으로 분류된 컴퓨터망은 무사했다고 밝혔지만 정보사회의 역기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한국정보보호센터가 발표한 「정보화 역기능 현황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컴퓨터바이러스 사례는 지난해 모두 2백56건이 발생, 96년의 2백26건보다 13% 정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증가추세는 인터넷 활용이 많아지면서 해외에서 제작된 바이러스 유입이 본격화하고 있는 데다 가짜 바이러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해킹 사례도 사고건수는 줄어든데 반해 해외에서 국내 전산망을 침해하는 사례는 96년도 1건에서 지난해 8건으로 늘어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해커의 침입이나 컴퓨터 바이러스 유포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면 다행이나 현실적으로 이들을 완전 차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컴퓨터 통신망 접속권한을 사용자 등급에 따라 강제로 규정해서 해커의 침입을 차단하는 방화벽 기술이나, 해커들이 방화벽을 뚫고 들어왔을 때에 대비하기 위한 침입탐지 기술도 집요한 해커의 침입노력 앞에서는 결국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열 사람이 도둑 하나 못 막는다고 정보통신망을 해킹하거나 바이러스를 만들어 만연시키는 악의적인 이단아들이 스스로 절제하지 않는 한 정보화의 역기능을 완전 퇴치하거나 원천봉쇄할 수 는 없다는 게 정보사회, 아니 인간사회 자체가 안고 있는 맹점이다. 신문명이 기본적으로 배태하고 있는 역기능을 어떻게, 얼마나 다스리느냐에 정보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사회는 결코 장미빛 환상일 수 없다. 우리의 의지 여하에 따라 낙원과 실낙원으로 바뀌는 변수가 얼마든지 내재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개인의 컴퓨터뿐 아니라 사회기능까지 마비시킬 우려가 있는 컴퓨터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발본색원해 중벌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갈수록 지능화, 다양화하는 정보화 역기능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과 함께 자라나는 세대의 도덕 재무장 교육에 정성을 쏟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