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 도입 여파로 빚어지기 시작한 금융자동화기기업체들의 개점 휴업상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청호컴퓨터, 효성T&C, LG전자 등 금융자동화기기 3사는 올들어 지금까지 현금지급기(CD) 및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창구단말기와 같은 금융자동화 관련 장비 및 시스템을 단 한건도 공급하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대부분의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기준 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신규투자에 엄두를 못내고 있어 금융기관에 대한 기기 공급은 당분간 이뤄지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은행권이 주주총회 이후 올해안으로 추진할 금융전산화 사업계획을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최근 대부분 금융기관이 주총을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한 예산확보 및 집행에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관련업계의 애를 태우고 있다.
국내 최대 자동화시스템 공급업체인 효성T&C는 지난해말부터 지금까지 한건의 신규공급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으며 다만 고객사의 지점 폐쇄에 따른 기기이동 수요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효성T&C는 당분간 신규영업이 어렵다고 보고 올하반기부터 본격 형성될 것으로 기대되는 잠재시장을 겨냥, 고객을 대상으로 자사제품에 대한 소개와 직원들의 영업 및 기술교육에 나서는 등 조직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청호컴퓨터도 올들어 자동화기기 신규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뾰족한 대안도 없는 실정이다. 청호컴퓨터는 돌파구 확보를 위해 제3금융권으로 알려진 신용협동조합이나 새마을금고 등을 대상으로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들 금융기관들의 전산시스템이 표준화돼 있지 않은데다 네트워크 기반도 취약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을 큰 폭으로 확대하면서 급부상한 LG전자도 올들어 신규 시스템 공급을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로 지난해말 계약한 기기공급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체들의 이같은 개점 휴업상태는 IMF 여파로 은행권이 신규투자를 하지않고 있는데다 경쟁력 없는 지점 폐쇄를 가속화, 이들 점포에서 운용되던 자동화기기 및 시스템을 재배치하고 있어 신규수요 발생 여지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각 은행들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점포를 폐쇄하는 대신 자동화기기를 도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올 하반기 이후나 내년부터 이 분야 시장이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근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