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스크 드라이브시장에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가격하락과 수익성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고속성장세를 구가하는 업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일본 후지쯔의 디스크 드라이브 미국 자회사인 후지쯔 컴퓨터 프러덕츠.
이 회사는 지난 2년동안 판매와 시장점유율 모두 2배가 늘어나면서 세계 디스크드라이브시장 5위업체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이의 여세를 몰아 후지쯔는 올 매출목표도 지난해 두배인 20억달러로 잡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말 시게이트 테크놀로지나 퀀텀 등 드라이브시장의 1,2위를 다투는 업체들이 세계적인 공급과잉현상으로 수익악화를 걱정하던 바로 그 시기에 후지쯔는 판매량과 매출액,수익면에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현재 이 업체는 컴팩 컴퓨터,휴렛패커드(HP),선 마이크로시스템스등과 같은 대형 컴퓨터업체들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대용량 고속제품을 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후지쯔의 미국시장 성공비결은 고객의 주문에 따라 신속한 공급체제를 갖추는 데 주력했던 것.이를 위해 현재 후지쯔 컴퓨터를 맡고 있는 래리 샌더스 최고경영자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그가 지난 95년 취임할 당시만 하더라도 디스크 드라이브시장에서 후지쯔의 명성은 거의 퇴색해 가고 있었다.80년대 한때 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90년대들어 마케팅정책의 실패와 제품개발 지연으로 후지쯔는 시장에서 미국업체들에게 계속 밀려 나야 했다.
코너 페리퍼럴스와 IBM의 컴퓨터 주변기기사업부를 거친 25년의 베테랑 샌더스사장은 자신이 취임할 당시 후지쯔는 모든 역량을 품질과 기술에만 쏟아 부었고 마케팅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시간을 다투는 시장상황에서 몇주일에 걸쳐 일을 처리하는 후지쯔의 사업방식은 회사를 뒤처지게 만들수 밖에 없었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샌더스사장은 제일 먼저 일본에 있던 판매와 마케팅사업부를 미국 새너제이로 이전,보다 신속한 공급체제를 갖추었다.그리고 고객들의 요구를 제품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엔지니어를 더 늘려 제품설계작업을 미국에서 수행토록 했다.
반면 생산기지는 인건비등이 저렴한 동남아지역에 구축,비용절감을 꾀했다.그 결과 이 회사는 현재 이 지역의 통화가치 하락으로 생산비용도 크게 줄어드는 이득을 보고 있다.
결국 품질과 비용절감에 따른 가격우위,신속한 마케팅체제의 3박자가 맞아 떨어져 후지쯔의 성장을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다.그리고 샌더스사장의 이같은 사업전략은 아직까지 약효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최근들어 미국 PC업체들이 재고량누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 관련,생산량 감축으로 부품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후지쯔도 앞으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