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 때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에서는 "쥐라기공원"이라고하는 미국 영화 한 편이 올린 수익이 우리나라 자동차 수십만대를 수출한 것보다도 많았다고 지적, 앞으로 영상산업을 중점 육성해야 한다고 건의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건의는 잘못 해석하면 우리나라 교육과 산업구조를 크게 왜곡시킬 수도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이 대부분 부가가치가 높지 못한 저가 소형차인 것은 사실이지만 자동차산업을 육성, 수출함으로써 철강.기계.유리.고무.플라스틱.주물 등 각종 산업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주며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게 되는 이점이 있는 것이다. 단순히 계산상으로는 자동차 수출에서 얻는 수익률이 미국영화 한 편보다 낮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동차산업을 등한시하고 영상산업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어떻게 해서 프랑스.영국.독일.일본 등을 제치고 세계적으로 인기높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데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첫째는 미국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우수한 사람에게 쉽게 이민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머리가 좋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돼 있다. 우리나라처럼 출시학교를 따지거나, 인맥에 좌우되지 않는다.
둘째는 교육제도가 잘 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교사가 가르치는 것을 수동적으로 잘 배우기만 해서는 우수한 학생이 될 수도 없고, 우수한 학생으로 인정 받지도 못한다. 어린이가 유치원에 처음 들어가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장남감을 가지고 와서 여러 친구들에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장남감의 특징이나 사용방법 등 이모저모를 설명하도록 한다. 유치원 때부터 그런 교육을 받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자기의 생각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글을 배우게 되면 4학년쯤에 학생들로 하여금 자서전을 쓰게 한다. 즉 자기의 가족을 소개하고 그 자신은 어디에서 태어났으며 어디어 살고 있는가 등을 쓰는 것인데, 여기에는 가족들과 휴가를 다녀온 이야기 등 주변에서 겪는 이야기도 쓴다. 가족사진 같은 것도 붙인다. 선생님은 자서전을 읽고 나 후 친절하게 소감을 쓰고 칭찬도 해주는데, 대부분 여러 학생들에게 그 내용을 들려준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12년 동안 한 번도 이런 기회가 없을 것이다. 오직 기계처럼 공식에 숫자를 넣어서 답을 낸다든가 연습문제를 푸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한다.
고등학생이 되면 밤 12시가 넘어야 집에 오지만 하는 것은 오로지 대학입시 준비뿐이고, 좋은 문학작품이나 위인전기 같은 책 한 권 읽을 시간이 없다. 원래 논술을 제대로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하나 출판사는 약삭빠르게 여러 가지 책의 내용을 요약한 책을 출판해서 그것만 읽으면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등하교에서는 물리.화학.생물까지도 암기과목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사실 과학은 수학능력 시험에서 영어.수학.국어에 비해 비중이 낮으므로 수업시간도 많지 않다. 또한 시설의 미비로 실험을 제대로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미국의 고등학교에서는 한 개의 과목을 세 가지의 다른 수준으로 가르친다. 교과서도 다르다. 예컨대 물리과목에는 기본적인 정규반과 그보다 정도가 높은 우등생반, 가장 높은 수준의 AP반이 있는데 AP반에서는 대학 교과서를 가지고 배운다. 따라서 무슨 과목이든지 교과서 외에도 많은 책을 읽도록 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생들은 오직 교과서와 참고서 외에는 읽을 기회도 없고, 교사와 부모가 그것을 장려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창의성 있는 사람을 길러내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정보사회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많이 요구되는데 우리나라는 그 부분에서 너무나 낙후돼 있다. 빨리 초등학교 교육부터 일대개혁을 하지 않으면 21세기 우리나라는 경쟁력을 가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포항공대 장수영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