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CTI] CTI기술 첫선 보인지 5년 남짓.. "과열경쟁" 양상

국내에서 교환기와 시스템통합(SI)업체를 제외하고 CTI와 관련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업체를 추스리면 대략 20~25개 회사 정도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로 기술력을 가지고 독자적인 전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업체는 10여개 업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소규모 회사를 상대로 자동응답시스템(ARS)을 구축하거나 CTI와 관련된 외국 패키지를 도입해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CTI전문업체들은 주로 중소기업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기술력 만큼이나 매출액도 천양지차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2백억원의 매출액을 상회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10억원 안팎에 그치고 있는 회사도 있다. 기술력 수준이나 회사 지명도에 따라 업계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CTI전문업체 가운데 그나마 기반을 잡고 있는 회사는 로커스, 보승정보시스템, 오성정보통신, 범일정보통신, 카티정보, MPC 등이다.

지난해 2백2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해 회사 규모면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로커스는 폰뱅킹시스템과 음성사서함시스템(VMS)을 이용한 콜센터 솔루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로커스는 지난해 세계적인 VMS업체인 보스턴테크놀로지와 손잡으면서 한솔 PCS콜센터를 구축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오성정보통신은 교환기없는 콜센터 솔루션인 unPBX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선보인 업체로 자체 CTI서버와 국산 교환기를 연동할 수 있는 「CT-mate」이라는 자체 프로토콜을 개발할 정도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범일정보통신은 음성인식(TTS/ASR)분야, MPC는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을 기반한 아웃바운드 콜센터 솔루션에서 대기업 못지않은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95년에 설립된 닛시미디어코리아는 인터넷과 통신의 결합이라는 인터넷통신통합(TTI)라는 솔루션을 업계에 처음으로 소개했으며 카티정보도 자체 CTI데모룸을 설치하고 「CTI분야의 전도사」를 자처할 정도로 전문화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CTI전문업체들은 응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낙후된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과열된 시장을 성장의 걸림돌로 지적한다.

국내에 CTI기술이 소개된 것이 5년 남짓한 세월임을 고려할 때 CTI전문업체를 표방하는 업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독자적인 기술력 없이 단순이 「시장이 괜잖다」는 이유로 너도나도 뛰어들어 과열 경쟁을 통한 출혈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업체수가 많은 만큼 저가의 덤핑 수주도 성행하고 있어 이같은 과열 경쟁은 결국 누워서 침뱉는 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프로젝트 수주에 있어서도 공정한 심사를 거쳐 업체가 선정되기 보다는 아직도 알음알음으로 업체가 선정돼 이같은 점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업체에서는 기술력으로 업체를 바라보기 보다는 회사 규모나 지명도를 먼저 따져 중소업체 중심으로 형성된 CTI전문업체군은 기술력만큼 대접을 못 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CTI전문업체가 올해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분야는 CTI콜센터 구현을 위한 다양한 응용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집약할 수 있다. 이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기술이 시스템의 안정성 못지 않게 다양한 부가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 사실상 CTI기반 콜센터 시스템의 우열을 가리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응용 소프트웨어 분야는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욱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이같은 움직임은 더욱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에따라 CTI전문업체들은 전문 소프트웨어업체나 외국업체와 제휴하거나 별도의 개발팀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 프로그램 기술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CTI업체들의 이같은 노력의 이면에는 고가의 패키지를 들여올 때 마다 비싼 로얄티를 지불해야 하고 앞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한다면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독자적인 자기 상품이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배경도 한몫하고 있다.

<강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