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I(Computer Telephony Integration)의 역사는 9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0년 초반 컴퓨터업계를 중심으로 전화와 컴퓨터를 연동해 새로운 지능형 정보기술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CT(Computer Telephony)라는 개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CT라는 용어는 CTI로 좀더 구체화했으며 고효율 저비용을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와 맞물리면서 급속히 전파되기 시작했다. 특히 마케팅의 후방부대격인 콜센터나 고객만족센터에서 CTI기술이 활용되면서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CTI가 급부상했다.
하지만 사실 CTI기술의 확산은 정보기술(IT)업체간의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전화와 관련된 콜(Call)은 교환기업체의 독점분야였다. 아무리 앞서가는 기술력을 자랑하는 컴퓨터업계에서도 가장 보편화한 통신의 이기인 전화에 관해서는 교환기업체의 높은 벽을 넘어야만 했다. 하지만 교환기업체는 자체 시스템의 구조와 설계 등 아키텍처와 관련된 프로토콜을 전혀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특히 컴퓨터업계는 IT기술의 흐름이 컴퓨터와 통신이 점차 통합되는 추세로 흘러가면서 새로운 환경에서 입지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결국 컴퓨터업계는 교환기를 통하지 않고 콜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게 됐고 여기서 CTI의 역사가 시작됐다. 즉 교환기를 통하지 않고 CTI시스템이라 불리는 서버를 통해 콜을 제어해보자는 배경에서 CTI가 탄생한 셈이다.
이에 따라 당시 컴퓨터업계의 선두주자격이었던 IBM이 이를 위한 첫 작품으로 「Call Path」라는 인터페이스 프로토콜을 개발했으며 이어 93년 노벨이 「TASPI」,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TAPI」라는 서버를 통해 교환기를 제어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발표했다. 이후 CTI기술은 네트워킹기술과 접목되면서 컴퓨터와 통신을 더욱 가깝게 만들었으며 점차 효율적인 시스템 개발경로를 따라 오늘에 이르게 됐다.
CTI기술을 이용한 콜센터의 발전형태는 크게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교환기와 자동호분배(ACD)가 결합하는 형태다.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컴퓨터통신통합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일천한 기술수준이며 좀더 지능화한 교환기 정도에 불과하다. 이 단계의 가장 큰 특징은 지능화한 교환기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콜을 자동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1단계에 자동응답시스템(ARS)이 추가되는 단계다. 1단계가 상담원 입장에서 보면 전화를 주고 받는 수작업 수준이었다면, 2단계에서는 기본적인 정보를 시스템 내에서 자동으로 알려주는 좀더 진보한 콜센터인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보편화한 콜센터 단계가 바로 2단계 수준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3단계는 2단계에 음성처리시스템(VMS)이 추가되고 미들웨어 및 애플리케이션이 접목되는 단계다. 이를 통해 갖가지 부가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돼 말 그대로 지능화한 콜센터시스템이 가능하게 됐다. 모든 단순업무와 통제는 시스템이 담당하게 되며 상담원은 필요없는 시간을 크게 줄여 본연의 임무인 상담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무효율은 증대될 수밖에 없고 생산성은 크게 향상된다. 현재 국내에서도 3단계 수준의 CTI기술을 이용한 콜센터 구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CTI기술은 점차 인터넷을 통한 웹환경과 맞물려가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정보시대에서 정보의 동맥이 인터넷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같은 기술변화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CTI기술은 인터넷 환경에서 사이버공간을 통해 콜센터를 구축하는 흐름으로 급진전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콜센터의 강점은 우선 경제성에 있다. 사용자측에서는 기존 인터넷 사용비용 외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아 매우 경제적이다. 즉 기존 인터넷망으로 정보를 교환하되 일반 통신매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이용자 입장에서는 저항감이 덜해 대규모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이와 비슷한 기술인 인터넷폰서비스를 상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똑같은 논리가 인터넷을 이용한 콜센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인터넷을 통해 홈페이지를 구축한 업체는 단순 열람에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즉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취득한 사람에 대한 피드백 장치가 없는 셈이다. 고작 전자우편 정도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홈페이지 정보에 의문을 갖거나 또는 물품구매 등의 의사를 전자우편으로 신청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것이 싫다면 인터넷과 별도로 전화를 통해 직접 회사나 고객센터에 문의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렇듯 빈약한 인터넷 상 가상고객의 접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콜센터 솔루션<구성도 참조>을 낳게 했다.
이를 위해 물론 별도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구현케 하는 시스템이 바로 「IP폰 게이트웨이」다. IP폰 게이트웨이는 인터넷을 전송망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전화요금을 들이지 않고도 시외, 국제전화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 인터넷 콜센터는 어떻게 콜센터의 고유 기능을 유지하면서 인터넷망 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을까. 바로 IP폰 게이트웨이라는 장비에서 IP트래픽을 일반 전화트래픽으로 바꿔 상담원에게 연결하게 되는 것이다. 고객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IP콜센터에 접속하고 상담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고객은 전용 브라우저로 인터넷에 접속해 자료를 검색한다.
2. IP콜센터와 관련된 아이콘을 클릭해 자신의 PC 내에 IP폰 소프트웨어를 설치한다.
3. 고객 PC 내의 IP폰 소프트웨어가 설치되면 IP폰 게이트웨이가 작동한다.
4. IP폰 게이트웨이는 전화시스템을 이용해 상담원의 전화로 트래픽을 연결해 통화하게 된다.
이상이 인터넷 콜센터의 개요다. 물론 여기에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586 이상의 고성능 PC, 고속 모뎀이나 전용선, 인터넷폰 소프트웨어 등이 그것이다. 충분한 정보인프라 보급이 뒤따라야 가능한 셈이다.
아무튼 인터넷 콜센터가 활용된다면 수많은 형태의 인터넷 이용자를 직접적인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물론 단순한 고객응대 수준이 아닌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공격적인 마케팅도 꿈 같은 얘기가 결코 아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국경에 관계없이 그야말로 세계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이 인터넷 콜센터를 통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CTI하면 콜센터만을 연상하게 되는데 이는 지나치게 CTI기술을 과소평가하는 말이다. 사실 CTI기술은 컴퓨터와 통신이 만나는 IT산업의 큰 흐름이며 앞으로 광범위한 범위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강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