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님, 경찰서 형사계에서 전화 왔었습니다.』
김지호 실장이 통제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 과장이 말했다.
『누구라고 하던가?』
『조 반장이라고 했습니다. 급한 일이라고 하면서 가능하면 빨리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연락처는 실장님 책상위에 메모되어 있습니다.』
『알겠네. 시스템은 문제 없었나?』
『이상 없었습니다. 광화문 맨홀 작업팀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일반 전화가입자들의 케이블 수리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였습니다.』
김지호 실장은 시계를 보았다.
07:00.
웬일일까. 이 새벽에.
버릇처럼 쭉 늘어선 경보단말기를 확인하며 자리로 돌아온 김지호 실장은 어제 낮에 만나 인사를 주고받은 조 반장의 모습을 떠올렸다. 창연 오피스텔. 처제 현미와 함께 근무하던 직원이 죽은 그 현장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독수리. 프로메테우스의 간이 자라기를 바라며 날개짓을 하고 있는 독수리의 형상도 떠올랐다.
호출음. 조 반장을 부탁했다.
『예, 접니다. 통제실 김지호입니다. 일동은행에서 뵈었지요.』
『아, 예. 아침 일찍 전화 드려 죄송합니다. 긴급하게 상의 드릴 일이 있어서요.』
『어떤 일이지요?』
『어제 저와 이야기할 때 이번에 발생한 맨홀 화재의 원인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말씀과 인위성이 감지된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저희 경찰서에 이번 맨홀 화재와 관련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연행되어 왔습니다.』
『어떤 사람이지요?』
『30대 초반의 젊은 사람입니다.』
『어디서 연행되었지요?』
『맨홀에 화재가 발생하여 통신망이 두절된 그날 밤 늦게 종로쪽에 있는 보석상으로 침투하는 것을 현장에서 연행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이번 맨홀 화재와 어떤 상관이 있을까요?』
『여러가지로 이상한 점이 있어 그의 집을 수색하게 했습니다. 거기서 이번 화재의 진행과 똑같은 시나리오가 컴퓨터에 입력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예? 시나리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