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텔의 앤드류 그로브 회장이 다음달 20일자로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나고 크래이그 바렛 사장이 새 CEO로 취임한다.
이에 따라 인텔은 장기간의 그로브 체제를 마감하고 바렛 체제로 돌입,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게됐다.
세계 최대의 칩 제조업체인 인텔의 CEO 교체는 컴퓨터 산업 환경의 급변에 따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루지는 것으로 인텔의 장래에 커다란 변화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최근 생산 제품의 마진폭 감소, 저가 컴퓨터 시장의 확대,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과거와는 다른 사업 환경에 처하고 있다.
최근 인텔이 1/4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것도 이같은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다.
때문에 인텔의 앞날이 과거처럼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앞으로 출범할 바렛 체제가 이같은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74년 인텔에 투신, 84년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바렛 차기 CEO 내정자(58)는 그동안 세계 주요 PC업체들에 고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제 구축에 앞장서 인텔이 세계 최대의 프로세서 업체로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해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일찍부터 차기 CEO 물망에 오른 그이지만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시점에서 기업을 총괄하는 CEO직을 수행하게 되는 커다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는 당분간은 그로브 체제하에서 수행해온 전략을 그대로 추진하면서 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조심스런 입장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렛 내정자는 최근 프로세서 시장을 세분화해 공략하는 것을 뜻하는 「분할해서 점령한다」는 그로브 체제하의 전략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강조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한편, 그로브 회장은 다음달 CEO직을 바렛 사장에게 물려주더라도 회장직은 계속 유지하면서 기업과 산업 전반의 전략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관여할 것이라고 인텔측은 밝혔다.
그로브 회장도 『앞으로는 산업 전반의 전략적인 문제를 생각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