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경북 영천의 성베드로병원과 서울 청량리 성모병원이 잇따라 화의를 신청하는 등 부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의료계가 IMF 한파에 따른 자금난을 극복하고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의료정보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까지 고가의 의료장비를 리스로 앞다퉈 도입한 의료계는 달러환율이 1천5백원일 경우 서울대병원이 3백50억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1백90억원, 서울삼성병원이 1백21억원, 이화여대 목동병원이 7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정도로 심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정보화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은 다소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경영효율을 우려하는 이들은 IMF란 험한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의료정보화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권고한다. 고정지출 비용인 인건비를 줄이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이 구축해야 할 의료정보시스템으로는 각종 의료 영상데이터를 수집, 저장, 전송할 수 있는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PACS: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s System)을 비롯해 임상기기와 인터페이스를 통한 LIS(Laboratory Information System), 환자의 증상이나 각종 병력 데이터를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원무관리자가 공유하는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원무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HIS(Hospital Information System), 의사의 처방을 자동으로 약국과 원무과로 전달하는 OCS(Order Communication System), 약국을 자동화하는 ATD(Automatic Tablet Distributor)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시스템은 정보와 돈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 의료서비스 향상은 물론 원가를 절감하고 환자의 대기시간을 단축시키는 등 병원경쟁력 향상과도 직결된다.
따라서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무조건 투자를 줄이기보다는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향적 사고로 정보화에 대한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특히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될 의료기관의 환경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미래 지향적이고 효율적인 투자계획 수립은 시급한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일부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이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에 앞장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풀(Full) PACS와 텔레메디신(영상진료시스템)을 통해 미 존스홉킨스의과대학과 영상 및 의학영상을 주고받는 삼성의료원과 원격 진단시스템을 통해 보라매병원과 X선 촬영장치,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를 교환하는 서울대병원의 사례는 의료정보화의 모델케이스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들의 구축사례가 부산 백병원, 고대 안암병원, 성빈센트병원, 전남대 화순병원 등 대형병원과 신설병원이 앞다퉈 처방전달시스템(OCS)과 PACS를 구축하는 의료정보화 구축 붐의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IMF 한파가 몰아치면서 의료기관에 불던 정보화 바람이 급격히 냉각됐다. 레이저수술기 등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진료기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하지만 의료정보화는 미뤄서 될 일이 아니다. 그 어느 것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게 정보화에 대한 투자다. 물론 시대상황을 감안, 투자비용은 최소화하고 효율은 극대화할 수 있는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면 금상첨화다. 이에 걸맞은 시스템이 초음파 영상진단기, CT, MRI를 묶는 경제적인 PACS로 초음파 장비 5대를 운영하는 병원의 경우 2년 이내에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길이 정보화로 귀결되는 시대적인 흐름이 의료기관만 예외로 놔두지 않는다. 더욱이 의료기관의 경우 병, 의원과 전자의료기기 업계 등 직접적인 당사자뿐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료기관의 정보화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따라서 정보화에 대한 의료계의 발상전환과 함께 공익성이 강한 의료기관을 정보화의 장으로 견인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