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문제는 현대 산업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노인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어쩔수 없다 쳐도 재원마련 어려움 등을 이유로 복지서비스가 부실할 경우 노인문제는 곧잘 가족체계를 뒤흔드는 사회병리현상으로 발전하곤 한다.
미국 뉴욕주는 95년경부터 이같은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우선 59개의 노인공공서비스 제공기관의 행정업무를 전산화해 고객중심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유니폼(Uniform)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동안 노인 개개인이 서비스를 받기위해 여러기관을 방문, 신청서에 거의 동일한 신상정보를 반복적으로 기재해 심사기관으로부터 각각의 판정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복지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주 내용이었다.
이 유니폼 프로젝트가 구축되면 60세 이상의 노인은 관계공무원과 단 한차례의 면담만으로 11개에 달하는 복지서비스에 대한 심사평가가 각각 이루어지게 된다. 뉴욕주 노인청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수혜자들이 노인이라는 점을 감안, 노트북PC에 유니폼 실용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직접 대상 가정을 방문해 현장에서 입력과 심사를 끝낸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유니폼사업은 97년 9월까지 뉴욕주 노인밀집지역을 중심으로 3곳에서 시범 실시됐으나 불과 몇개월이 지나지 않아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상이한 종류의 서비스간 호환문제와 참여조직의 전문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바로 이 점을 너무 간과했기 때문이다.
사업초기 노인청은 유니폼사업이 기술적인 차원에서 전혀 문제가 없고 추구하는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에 관계기관이 모두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노인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기관들 간에 정보시스템 및 DB구조와 내용이 동일하지 않았고 이 사업을 뒷받침할 재정적 배경도 전혀 달랐다. 이에 따라 당초 구상했던 정보구조의 호환성문제가 큰 장벽으로 대두됐다. 이 호환성문제는 각 조직이 갖는 업무과정의 개별성 및 독자성을 반영해야 하는 조직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한 표준화 작업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했다.
노인청은 가능하면 많은 개인정보를 유니폼 응용프로그램에 수록해 이 호환성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이는 결국 2백여개에 해당하는 항목을 입력하도록 만듦으로써 오히려 불편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업으로 낙인찍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유니폼사업의 응용프로그램은 단순한 DB가 아니라 서비스 수혜자의 개인정보를 근거로 구체적인 서비스의 수혜여부를 판정하는 일종의 전문가시스템의 기능을 갖도록 구상됐으나 사업 담당자는 전문가시스템의 내용이나 특성, 역할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DB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우를 범했다. 또 프로그램 구축을 위해 외부 프로그램 전문가에게 업무를 위탁했으나 프로그램의 구성 요건이나 기능에 대한 충분한 의견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핵심적인 기능이 제대로 설계 구축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유니폼 프로젝트는 정보망의 구축, 응용, 관리 및 정보 공동활용에서 나타난 조직차원의 상호관계를 등한시해 참여조직의 무관심과 데이타호환성 미비라는 문제점만 노출시킨 채 미완성의 프로젝트로 남게 됐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