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센추리네트워크(NCN)가 폐쇄될 것이라는 신문보도가 잇따랐을 때 그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주인 없는 회사, 변화에 민첩하지 못한 경영, 무한 경쟁으로 NCN의 폐쇄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95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시카고트리뷴,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9개의 미 메이저 신문사들은 각각 1백만 달러를 투자해 뉴스제공 사이트를 구축, 신문기사를 제공하는 한편 네트워크상의 광고수익을 극대화한다는 뉴스비즈니스 계획을 세웠다.
2년 이상의 준비작업 끝에 이들은 1백40여개의 전국 온라인 신문사이트와 제휴, 온라인 신문 연합인 NCN을 창설했고 NCN은 지난해 6월 자사의 뉴스제공사이트인 「뉴스워크」를 처음 선보였다.
NCN은 중앙광고주와 지방신문 사이트를 연결해 광고주로부터 수주받은 광고를 제휴 사이트에 게재하는 한편 게재되는 건수로 광고료를 분배했다. 또한 NCN은 자사 뉴스사이트인 뉴스워크에 제휴 사이트의 주요 기사를 섹션별로 분류, 뉴스검색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같은 뉴스검색 서비스와 중앙광고주와 지방신문 사이트를 연결하는 사업계획은 NCN에 광고물량의 극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NCN 관계자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NCN에 대한 첫 번째 도전은 올 1월에 시작됐다. 각 신문사들은 각사의 신문사이트 구축에 열을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NCN에 직, 간접적인 투자를 할 수 없었고 자금 압박을 받은 NCN는 70명의 직원 중 10%를 해고했다.
이에 따라 사업 전환을 시도한 NCN은 구독자들에게 그날의 신문기사를 전자우편으로 전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NCN은 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구독자에게 정기구독료를 받는 한편 이 서비스에 게재되는 광고료는 NCN의 수지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 사업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NCN은 이어 2월에 두 번째 도전을 맞았다. 1월부터 시작한 NCN의 서비스 개선에도 뚜렷한 경영개선 변화가 없자 NCN은 20명의 직원을 해고시키는 한편 자사의 사이트에서 뉴스제공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포기하는 한편 1백40여 제휴사들을 위해 광고수주사업에만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NCN은 올해 사업을 광고수주사업에 집중함으로써 3백만 달러의 매출액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NCN의 9개 대주주 신문사들간에 서로의 의견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아 한 달이 넘게 이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
3월 초 NCN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KO패를 당했다. 9개의 NCN 대주주 신문사들은 연간 1백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뚜렷한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NCN을 전격 해체키로 결정, 남아 있던 40명의 직원 모두를 해고시켰으며 현재 NCN의 자산배분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실정이다.
NCN이 9개의 거대 신문사들의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점은 NCN 폐쇄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주인 없는 기업으로서 NCN은 다양한 요구를 하나로 통합시키는 구심점이 부족했고 다수의 합의를 구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이 점은 영업전략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와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NCN은 웹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서비스 개선 및 콘텐츠 다각화 등의 변화를 간파하지 못했다.
아메리카온라인(AOL), 야후, MSNBN 등 인터넷에서 최고의 접속률을 올리고 있는 사이트들은 뉴스 및 정보 제공 외에 무료 전자우편서비스, 개인 홈페이지 서비스, 채팅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네티즌을 끌어들이고 있다. NCN은 이러한 사이트들의 노력을 도입하는 데 실패했다.
참여업체간 무한경쟁 또한 NCN 폐쇄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사의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있는 1백40여개의 신문사들은 한정된 뉴스사이트 광고시장을 놓고 무한경쟁을 벌였다. 따라서 이들은 적과의 동침이 힘들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지도가 높은 대형신문 사이트와 중소신문 사이트간의 광고수주의 차이는 이러한 경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NCN의 광고주들은 제휴 사이트 중에서 트래픽이 많은 사이트만 선호했다. 이에 따라 인지도가 높은 대형신문 사이트는 한 달 동안 수만 달러를 벌어들인 데 반해 지방의 중소신문 사이트는 한 달 광고수입이 십여 달러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에 따라 중소신문 사이트들은 NCN의 마케팅 및 광고 전략에 지속적으로 비판을 가했다.
최고의 신문에서 최고의 기사를 제공하겠다던 NCN은 마침내 주인 없는 회사, 변화에 민첩하지 못한 경영, 무한 경쟁으로 인해 그 종말을 고했다.
<정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