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미디어밸리에 거는 기대

지난달 30일 정보통신부 회의실에서 정보산업연합회와 전자신문사가 공동주최하는 신소프트웨어상품대상 3월상 시상식이 끝난 뒤 정통부 장관실에서 배순훈 장관, 김상영 전자신문사 사장 및 관계자 몇 사람과 수상자들이 모여서 서로 의견을 교환한 일이 있다. 이 자리에서 수상자 한 사람은 『소프트웨어의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상품으로 포장하고 홍보하고 시장, 특히 해외시장과 연결하는 일이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 아니고 그 사이에 수상자들, 특히 벤처비즈니스를 하는 젊은 사장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지난달 28일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에 있는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학장이 방한중에 내 방을 찾아와서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캐나다에서는 소프트웨어 인력부족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습니다. 노텔 한 회사가 1년에 채용하고자 하는 기술자 수만 해도 전 캐나다에서 컴퓨터 사이언스와 일렉트릭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졸업생 전체의 20%에 달합니다. 그러나 한 회사가 20%를 가져가는 방법은 없으므로 노텔은 인력부족이 큰 고민거리입니다. 미국과 캐나다를 다 합치면 엔지니어의 부족은 30만명 내지 50만명에 달할 것입니다.』

또 지난달 일본을 방문했을 때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일본의 소프트웨어업체 사장들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일본은 지금 2000년문제 때문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태인데 여기에 더하여 오픈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기업들이 최근 늘어나서 오픈시스템을 다룰 줄 아는 소프트웨어 인력부족이 심각한 상태에 있습니다.』

위에서 본 몇 가지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국내 및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현황을 감안해 우리나라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미디어밸리다. 미디어밸리가 구축되면 해외 유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입주하고 국내의 크고작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모이게 된다. 그리고 이런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하고 세계시장에 나가는 데 필요한 환경이 갖추어진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잘 훈련된 기술인력이 풍부하게 제공되는 일이다. 미디어밸리에서는 국내의 대학들이 정보산업 관련 학과들을 개설할 수 있는 종합 캠퍼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제품의 홍보, 전시, 인력소개, 경영상담, 벌률상담 등의 지원 서비스 및 지원 산업이 들어오게 된다.

미디어밸리에서는 소프트웨어업체가 주류를 이루겠지만 영화회사, 광고회사, 만화회사, 출판사 등이 입주해 서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내게 되는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용산 전자상가나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곳이 좋은 보기가 된다. 미디어밸리는 이제 준비기간을 끝내고 본격적인 사업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금년 말까지 인천시는 미디어밸리의 매립을 끝내고 도로, 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갖추어 2001년에 입주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미디어밸리에 입주한 업체에 대해서는 인천시에서 파격적인 저가로 토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법이 통과되면 각종 혜택이 주어지며 정통부와 인천시에서는 여러가지 지원정책을 펴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미디어밸리가 완성되면 여기에 입주하는 대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고 벤처기업들은 좋은 소프트웨어만 개발하면 상품화 및 판매 등 제반 서비스가 뒤따를 것이므로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캐나다나 일본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우리의 넘쳐나는 소프트웨어 인력과 각종 지원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 미디어밸리에 모여들게 될 것이다.

만일 정부가 말레이시아의 「멀티미디어 슈퍼 코리더(Multimedia Super Corridor)」처럼 국가정보화의 대형 프로젝트들을 미디어밸리에 연결하면 우리나라는 정보화를 세계수준으로 그 질을 높이는 동시에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는 17일 미디어밸리에 대한 설명회가 정식으로 힐튼호텔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날이 우리나라 정보산업에 있어서 커다란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정보산업연합회장, 삼보컴퓨터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