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최근 휴대형 전자기기 생산업체를 중심으로 마그네슘 합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일부 노트북 PC와 미니 디스크(MD)의 외장 케이스에 이 합금이 채용되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한층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트북 PC, 미니 디스크(MD), 카메라 등 휴대형 제품의 장점은 역시 경박단소. 이 때문에 모든 휴대기기 생산업체들은 각각 제작하는 제품의 특성에 맞춰 최대한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방향으로 제품을 설계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제조 기술이 급속히 발달해 부품의 크기와 무게가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제품 전체 무게에서 외장 케이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휴대형 전자기기 업체들은 최근 들어 외장 케이스의 소재에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휴대형 전자기기업체들이 마그네슘 합금 사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역시 제품의 무게를 1g이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 마그네슘은 기계의 외장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가벼운 원소다. 여기에 몇가지 금속을 섞은 마그네슘 합금은 무게가 가벼울 뿐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충격에도 매우 강하다. 또 자주빛을 띠는 이 합금이 매우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도 채용 이유 가운데 하나다.
사실 이같은 마그네슘 합금의 장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온 것으로 이 때문에 오랜기간 기술진들은 이 합금의 실용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생산 단가가 높고 형태가 복잡한 제품의 성형이 어렵다는 결점 때문에 많은 부품을 집적하는 휴대형 전자기기에의 채용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아 왔다.
최근 휴대형 전자기기업체들을 중심으로 채용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배경에는 「시장 니즈의 급변」과 「기술 발전」이라는 2가지 측면이 있다.
시장 니즈의 급변으로는 역시 노트북 PC가 빠른 속도로 박형화됨에 따라 부품보다 외장 케이스의 무게가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업체별 PC 자체의 성능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되면서 경량, 박형이라는 요소에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이 실리지 시작했고, 이를 배경으로 생산 단가가 다소 높아도 마그네슘 합금을 이용할 만한 여지가 생긴 것이다. 또 마그네슘 합금이 리사이클률이 90%를 넘는 환경친화적 물질이라는 점도 최근 추세와 맞아 떨어진다.
기술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금형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마그네슘 합금을 이용해 복잡한 형태를 성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실용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출성형의 일종인 틱소몰딩법이라는 성형 기술이 대표적으로 이 기술을 이용하면 얇고 가는 부분, 돌출된 부분, 들어간 부분 등 매우 복잡한 형태의 케이스를 성형할 수 있다. 틱소몰딩법은 플라스틱의 성형방법으로 널리 보급돼 있는 사출성형을 응용한 것으로 마그네슘 합금을 높은 열로 녹여 금형 속으로 뿌리듯 밀어 넣음으로써 두께 0.7-0.8mm의 얇은 제품을 만들어 낸다.
마그네슘 합금의 틱소몰딩법은 원래 미국의 거대 화학업체인 다우 케미컬과 연구개발 위탁기관인 디벨연구소가 공동 개발해 지난 87년 기본 특허를 출원한 공법으로 현재 다우케미컬 관련 회사인 틱소매트사가 기술 판매권을 갖고 있다.
이를 일본에서는 일본제강소가 92년 처음으로 도입해 94년부터 마그네슘 합금의 틱소몰딩용 사출성형기를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사출성형기는 일본 전체에 약 50대가 출하됐다. 기기 1대당 연간 성형 능력은 30-40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일본 전체 생산량은 연간 최대 2천톤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 대부분이 전자기기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틱소몰딩 기술은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새로운 기술인 만큼 성형 단가가 매우 높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마그네슘 합금 성형 방법이 틱소몰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도 마그네슘 합금은 비교적 정교할 필요가 없으면서 강도와 고급스러움이 요구되는 자동차 핸들부분 등에 사용돼 왔고, 당시에는 금속 성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다이케스팅법이 이용됐다. 다이케스팅법도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현재 틱소몰딩법보다는 떨어지지만 비교적 복잡한 모양도 성형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소니의 노트북 PC 「바이오505」는 4개 조각으로 구성된 외장 케이스 모두를 다이케스팅법을 이용한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하고 있으며, 미쓰비시전기의 「페디온」은 4개 조각 가운데 2개씩을 각각 다이케스팅법과 틱소몰딩법을 이용해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NEC의 「모비오」를 비롯한 대부분의 노트북 PC외장에는 모두 틱소몰딩법을 이용한 마그네슘 합금이 사용되고 있고,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 밖에 디지털캠코더, 미니디스크(MD) 등에도 마그네슘 합금을 채용하는 경향이 뚜렸해지고 있다. 소니는 가정용 디지털캠코더 「DCR-PC10」과 방송용 무비카메라 모든 제품을 마그네슘 합금으로 제작하고 있다. 또 마쓰시타의 MD플레이어 「SJ-MJ7」와 소니의 「MD워커맨 MZ-E3」도 마그네슘 합금이 채용된 제품들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소형경량화 기술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그 내면에서는 자국이 직접 개발한 기술이 아닐지라도 제품의 소형경량화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빨리 도입해 실용화하는 이같은 노력들이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그네슘 합금의 채용은 아직 일부 고급제품에 한정 채용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틱소몰딩법의 가공 노하우가 한층 축적되고 그 필요성이 한층 더해지면 마그네슘 합금은 전자제품의 대표적인 외장 소재로 자리매김할 것이 분명하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