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가전업계, TV 고부가가치 높이기 총력

「고부가가치 TV 시장을 잡아라.」

백색가전시장의 장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일부 디지털 AV기기 외에 이렇다 할 히트작이 터지지 않고 있는 일본 가전업계의 절대적인 명제다. 일본 가전업계는 TV시장의 신장률 둔화와 가격하락을 극복할 수 있는 고부가제품의 출시를 통해 저조한 가운데서도 매출액 및 수익 극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가전업계가 TV 고부가화전략에 나서야 하는 당위성은 지난해 일본 컬러TV 시장상황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일본 컬러TV 시장은 전체 출하대수는 사상 최대인 1천18만1천대를 기록했으나 신장률 둔화와 대폭적인 단가하락이 지속돼 「속빈강정」을 면치 못했다. 크기별로 보면 15인치 이하 제품의 출하대수는 대폭 줄어들었고 16∼29인치 제품의 증가율은 전년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반면 30인치 이상의 대형TV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전자기계공업회(EIAJ)가 최근 발표한 지난 1월 중 TV출하대수 조사에서도 전체 TV 출하대수는 전년동월에 비해 3.9% 줄어든 60만6천대에 그친 반면 30인치 이상 대형 제품은 41.7% 늘어난 4만3천대를 기록했고, 하이비전TV도 무려 75.5%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보급형 제품보다는 화면 크기가 큰 대형제품이나 평면TV, 하이비전TV 등 고급 사양 제품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2월 들어서도 전체 TV출하대수 중 29인치 이하 제품은 전년동월에 비해 10~20% 가량 줄어든 반면 30인치 이상의 대형 제품은 7% 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TV의 고급화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 미국, 유럽시장을 시작으로 오는 2000년에는 일본에서도 지상파 디지털방송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일본 가전업계는 TV화면의 대형화, 고화질화, 평면화, 와이드화와 함께 위성방송(BS)튜너내장제품 및 초절전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돈되는 TV」창출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업체는 지난해 「FD트리니트론관」을 탑재한 평면TV를 본격 출시한 소니. 소니는 지난 96년 말 평면TV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이를 시리즈화해 35만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에 따라 일본 TV시장에서 차지하는 소니의 시장점유율은 12%에서 17%로 상승했다.

이같은 여세를 몰아 소니는 앞으로 자사가 생산하는 대형TV에는 모두 평면브라운관을 탑재하기로 하고 최근에는 「베가」시리즈에 위성방송 및 하이비전을 볼 수 있는 36인치 2개 기종을 비롯한 4개 기종을 추가로 발표하고 시장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소니의 평면TV가 호평을 받자 지난달에는 도시바와 샤프도 평면TV를 시장에 내놓고 만회작전에 돌입했다.

도시바는 평면TV를 TV시장 공략을 위한 주력기종으로 책정하고 독자적으로 개발한 「플랫 슈퍼 브라이트론관」을 탑재한 TV를 선보였다. 도시바는 소비자의 대화면화, 와이드화 요구에 부응해 28인치 외에 32인치 와이드TV 4개 기종을 선보이며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도시바는 또 올 상반기 중에 화면비 4 대 3의 일반화면 TV의 경우 전량을 인도네시아와 중국 대련공장으로 이관하고 일본에서는 와이드TV와 평면TV를 특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도시바의 평면브라운관을 공급받고 있는 샤프도 올초 하이비전TV 및 BS튜너 내장형 TV 등 32인치 TV를 포함한 평면 와이드TV 제품 4개 기종을 발표하고 이달부터 본격 시판에 들어갔다.

미쓰시비전기도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TV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28인치 이하의 중소형 제품은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최근 14인치, 24인치 와이드TV 등 중소형TV의 판매를 중단하고 중대형 와이드TV 분야에 판매전략의 포인트를 맞추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히타치제작소의 경우 대부분의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TV의 고급화, 대형화를 추구하는 한편 만화캐릭터를 이용한 소형제품 전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기후縣소재 기후공장에서 표준화면으로는 가장 큰 33인치급 BS내장 TV를 생산하기 시작한 히타치는 앞으로 일본에서는 33인치 등 대형TV나 와이드TV에 주력하고 중소형 표준화면TV는 해외공장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히타치는 특히 타업체들의 경우 채산성을 고려해 소형TV사업을 접고 있는 가운데 여대생이나 여사무원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캐릭터인 「헬로키티」를 응용한 TV전략을 구사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히타치가 지난해 말 5천대 한정생산한 「헬로키티 14인치 TV」의 경우 예약이 완료돼 판매도 하기 전에 품절사태가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히타치는 올해에도 이 제품을 한정생산해 이달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주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