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기간통신 사업자들의 외자유치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한솔PCS가 세계적 통신업체인 벨캐나다인터내셔널(BCI)과 1억8천만 달러의 외자를 도입키로 하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 기본협정」을 체결한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그 의의가 크고 하겠다.
캐나다의 대한(對韓) 단일투자로는 사상 최대규모가 되는 이번 BCI사의 투자는 특히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의 운용경험과 BCI의 기술력 및 사업경험을 결합시킴으로써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및 운용에 대한 새로운 협력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이는 정보통신 분야의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아시아, 유럽정상회담(ASEM)에 참석하고 돌아온 김대중 대통령이 「외국인의 대한투자 유치」를 최대 성과로 꼽은 데 이어 곧바로 이같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성사됨에 따라 새 정부의 외국인 대한투자에 대한 정책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실제로 최근 잇따라 방한하는 세계 정보통신업계의 거물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대규모 대한투자 프로젝트를 확정하거나 추진의사를 밝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얼어붙은 국내 업계의 자금조달에 숨통을 터주고 있다. 이들은 또 대부분 정보통신부나 산업자원부 등 관계부처 장관이나 김 대통령을 예방, 투자약속을 확고히 하기도 했다. 과연 김 대통령이 천명한 「대한민국을 외국인 투자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실감나게 실현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우리로서는 외국인 투자를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 기업경영의 글로벌화가 필연적 추세에서 굳이 폐쇄주의를 부르짖을 만한 명분도 실리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투자재원 조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내 업체들로서는 외국인 투자가 더욱 절실한 형편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것은 적어도 기간통신 사업자들만큼은 무조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거나 또는 기피해서도 안된다는 점이었다. 이는 투자는 환영하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의미에 다름아니다.
이 때문에 국내 기간통신 사업자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서로가 상생(相生)하는 윈-윈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것은 불필요한 경영권 공방에서 벗어난 전략적 제휴로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략적 제휴에는 마케팅 합작이라는 초기 형태에서부터 사업영역 확장을 겨냥한 컨소시엄, 상호간 제한적 협력으로 공동 편익을 달성하는 「독점적 유통계약」 등이 있다.
또 당사자간의 지분소유에 의한 결속력 강화로 대표되는 좀더 진전된 형태의 합작회사가 존재하고 마지막으로 정부의 반독점 규제에 따른 개입을 불러오면서도 강력한 사업창출이 가능한 인수합병이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라도 사업 파트너간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이 요구된다. 우선 기업 상호간의 적합성이 확보돼야 한다. 추구하는 목표, 기업문화, 의사결정 체계 등 상호적합성이 높을 경우 상호협력이 훨씬 효과적이다.
자원이나 능력의 상호보완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 또 효율적 관리체계 확립도 필요하다. 아무리 제휴관계가 잘 이루어져도 정보와 자원의 활용체계, 공평한 성과분배 등이 실현되지 못한다면 허사가 된다.
이렇게 볼 때 최근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추진하고 있는 외자도입도 글로벌체제에 적합한 전략적 제휴관계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히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외국인들의 입맛을 다시게 할 만큼 매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CDMA 상용화에 처음으로 성공해 세계 최초로 운영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첨단 업종이면서 동시에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어 잘 훈련된 양질의 기술 및 관리인력도 갖추고 있다. 게다가 해외사업 경험과 글로벌적인 시각도 충분하다. 우리는 위기에 몰린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다시 한번 환영하면서 이것이 단순히 「기업 사냥」으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국제적 전략적 제휴관계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