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디지털카메라 "파인픽스700"
지금 일본의 가전시장은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1, 2년 컬러TV, VCR 등 주력 상품의 판매부진으로 가전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져든 가운데 디지털 카메라만큼은 화질의 향상과 소형, 경량화, 그리고 저가화의 급진전에 힘입어 지난해 시장규모가 1백만대를 돌파했고, 올해도 전년비 50% 증가에 가까운 높은 신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최근 선보이기가 무섭게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제품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후지사진필름이 지난 달 내놓은 「파인픽스700」이 그것으로 크기가 문고판 서적보다도 작고, 무게도 3백g에 불과한 소형, 경량이다. 여기에다 종래의 은염방식 카메라에 근접하는 화질로 촬영할 수 있으며 가격까지 10만엔을 밑돌아(9만9천8백엔) 판매 첫날부터 카메라 매니어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한 예로 일본 전역의 카메라 판매동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도쿄 니시(西) 신주쿠지역의 요도바시카메라 서구본점에서는 이 파인픽스700은 발매 당일 하루에만 1백대가 팔렸다. 이는 지금까지 1일 디지털카메라 판매대수로는 최고의 기록으로 파인픽스700의 가능성을 잘 말해준다.
카메라 매니어들도 이 제품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메탈카메라시대」 등의 저자로 일본에서는 꽤 알려져 있는 논픽션작가 야마네씨의 경우는 『화질이 놀라울 정도로 깨끗해 이 정도의 화질이라면 아날로그 카메라가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파인픽스7000의 인기 비결은 10만엔을 밑도는 가격에 고화질과 소형, 초경량을 양립시킨 데 있다.
통상 디지털 카메라 화질은 영상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전하결합소자(CCD)의 화소(픽셀) 수를 기준으로 표시되는데, 현재는 그 화소 수가 1백만을 넘는 「메가픽셀」 기종이 개발경쟁의 초점이 되고 있다.
파인픽스700은 일반인을 겨냥한 제품으로는 화질이 가장 뛰어난 1백50만 화소의 CCD를 탑재해 은염사진과 같은 수준의 화질을 실현하고 있다.
화소 수 1백50만을 해상도 단위 「dpi」로 표시하면 약 3백 dpi이다. 은염카메라에서는 2천dpi나 되는 제품이 있지만 사람 눈으로는 3백dpi이상에서는 화질의 정도를 식별하기 어렵다. 따라서 파인픽스700은 화질에서 사실상 최상으로 은염사진과 분간하기는 어렵다. 35만 화소급(약 1백50dpi), 80만 화소급(약 2백dpi) 기종으로 찍은 사진의 경우는 보통 사람의 눈에도 윤곽이 부자연스럽게 비쳐진다.
게다가 파인픽스700은 이런 화질을 유지하면서도 와이셔츠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소형화를 실현하고 있다.
사실 후지필름은 이 파인픽스700의 개발에서 세계 최소, 최경량을 실현한다는 목표로 제품 크기를 줄이는데 매우 집착했다. 그 결과 초소형화는 달성했지만 그 대가로 줌 기능를 탑재할 수 없었고, 렌즈 덮개도 달지 못하게 됐다.
그럼에도 이 제품은 현재 수요가 크게 몰려 일부 판매점에서는 품귀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대부분의 매장에서 정상가격보다 1만엔 이상 낮은 8만5천엔대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후지필름은 생산규모를 당초 계획의 2배로 크게 늘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리고 후지필름은 라이프 사이클이 극히 짧은 디지털 카메라지만 파인픽스700에 대해선 「명품(名品)」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장수하는 제품으로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3배 줌 등의 기능부가를 검토 중인데 이후에도 초저가, 초경량, 초소형을 유지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