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과학기술위-"옥상옥"은 안된다

과학기술부가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종합조정 기능강화,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개혁, 국제통화기금(IMF)체제 극복을 위한 기술개발의 촉진 등을 올해 추진할 3대 중점과제로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은 과학기술의 질적 향상과 효율성 제고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IMF위기를 조기 극복해 나가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위상이 크게 제고된 과학기술부를 명실공히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핵심부처로 그 위상과 기능을 다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 간의 과학기술 정책 조정, 예산 사전심의 및 우선순위 조정 등을 담당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오는 6월중 신설될 전망이다. 특히 효과적인 사전 조정, 심의를 위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과기부 장관이 위원장이 되는 종합조정위원회를 설치, 각 부처의 사업추진 성과를 분석, 평가하는 등 과기부가 간사 부처로서 사무국 기능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앞으로 과기부의 위상과 기능을 실질적으로 제고해 나가기 위한 장기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번 과기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투자는 세계 7위, 인력규모는 세계 10위인데도 과학기술 경쟁력이 세계 22위에 불과하다는 것은 과거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고, 강창희 장관은 이와 관련, 『국가 과학기술 연구가 과기부, 산업자원부 등 16개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도 이를 통합, 조정할 수 있는 기구가 없어 중복투자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은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일관성이나 효율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새삼 일깨워 주는 사례로 풀이되고 있다. 또 과기부가 연구원 연봉제, 기관장 공모제, 기관평가제 도입 등으로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보고한 것도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경영 효율화와 연구생산성 제고 차원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일부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경우 80년대 이후 양적인 팽창을 계속해 오면서 비효율적인 기관운영으로 조직의 경직화, 노령화, 관료화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에 첨단기술사업화센터(HTC)를 건설, 벤처기업 2백개를 입주시키는 한편 대덕연구단지 내의 미조성지에 정보통신, 전기전자, 생명공학 관련 벤처기업 연구소를 입주시켜 대덕연구단지를 벤처창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IMF체제 아래서 경제불황을 기술개발로 극복하겠다는 것으로 우리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명분과 대의에도 불구하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신설 문제나 과학기술계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대한 인위적인 통폐합 조치는 좀더 신중을 기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정부가 국가 과학기술 정책을 사전 조율하고 조정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자칫하다간 기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나 종합과학기술심의회의 등에 이어 옥상옥이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도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종합조정 기능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차이점을 물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종합조정 기능이 취약했던 것은 마땅한 기구나 조직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부조직이나 제도 등 여러가지 면에서 불합리한 요인이 상존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산업기술 개발, 과학기술 인력과 교육, 연구개발, 연구기관의 설립과 육성 등 많은 부분에서 정부부처간 역할분담이 모호하거나 중복돼 있고 여기에 예산기능의 결여, 조세금융 정책과의 연계성 부족 등도 과학기술 정책의 효율적인 조정을 어렵게 하는 큰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도 난제다. 이 문제는 기획예산위원회에서 이미 범정부 차원에서 계획, 각 부처에 시달해 놓고 있어 앞으로 상당수의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유사한 기능별로 통폐합될 전망이지만 과기부 산하 이공계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경우 연구업무의 내용과 기능이 다양하고 독특해 획일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를 통폐합할 경우 오히려 연구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할 문제다.

대덕연구단지 내 이공계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에 대한 통폐합 조치는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