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 실장은 맨홀 밖으로 나서기 위해 철제 층계의 난간을 잡았다.
이제 이번 사고로 인한 긴급한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본격적인 복구작업이 이루어지고, 그 진행과정에 따라 원래의 회선으로 절체작업을 끝내면 되는 것이다.
김지호 실장은 천천히 층계를 오르면서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정보통신 능력이 국력의 척도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복구를 완료하고, 사고피해도 이 정도로 최소화시켰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정보통신사회.
정보와 통신이 그 사회의 축으로 작용하는 사회, 바로 정보통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정보통신사회는 사회의 기본을 이루는 여러가지 조건 중에서도 정보통신이 갖는 역할이 그만큼 커진 사회를 말한다.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도 이미 정보통신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너무 많은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의 언론이 깜짝 놀랄 정도의 신속한 복구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인 것이다.
하늘은 여전히 동그랬다. 김지호 실장은 맨홀을 통해 바라다 보이는 동그란 하늘을 바라보며 그래도 안타까움을 느껴야 했다. 중국의 통신현대화 사업권을 놓고 일본과 벌이고 있는 통신전쟁을 생각하면 이번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불에 타지 않는 케이블을 포설하는 정도의 국부적인 것이 문제가 아니다. 좀더 근본적인 것, 좀더 본질적인 것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정보통신의 중요성과 함께 정보통신문화가 사회 전반적인 문화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정보통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에서도 그 기업의 기업문화가 일반 사회의 문화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인식 아래 정보통신을 운영하는 손끝 하나하나가 바로 이 사회의 올바른 문화형성에 기여한다는 사명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가을 아침의 태양.
김지호 실장이 도로로 올라섰을 때 빠르게 지나치는 차량의 유리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다.
맨홀.
지상과 지하의 통로.
김지호 실장은 안과 밖, 밝음과 어둠이 극명하게 구분되는 맨홀 속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