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동일인 지분 제한 철폐 정보통신 구조조정 수면위로

마침내 통신산업 구조 조정의 출발 총성이 울렸다. 정부가 연내에 통신사업자에 대한 동일인 지분 제한을 완전 철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소유주 등장, 인수 합병 등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대대적 구조 조정이 현실로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물밑에서만 논의되던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사냥(?)」이 수면위로 부상, 공개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영권 향배와 관련해 가장 주목 받는 곳은 데이콤, 하나로통신, 온세통신 등 3대 민간 기간통신업체이다. 회선임대사업자인 두루넷은 또다른 의미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주시하는 것은 일단 국내 재벌기업 모두라고 봐야한다. 특히 동일인 지분제한으로 통신서비스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던 삼성, 현대, 대우 등 장비제조업체를 소유한 그룹과 이미 LG텔레콤을 보유하고 있는 LG그룹의 움직임은 「관찰대상」이다.

이들 기업은 국제통화기금 한파에 따른 재원 부족과 기간통신사업의 사업성 불투명 등으로 당장은 지분 확보 경쟁에 나서진 못하겠지만 통신서비스 시장에 뛰어들 의지는 이미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데이콤 8.6%, 하나로통신 6.5%, 두루넷 2%의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 LG그룹은 위장 지분 시비가 있긴 하지만 4.99%의 데이콤 지분을 확보하고 있고 LG텔레콤이 2.98%의 하나로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의 경우 현대전자와 현대종합상사가 각각 3.5%, 3%의 하나로통신 주식을 확보하고 있다. 미포조선, 해상, 증권은 모두 5.1%의 데이콤 주식을 보유한다. 관계그룹인 금강그룹과 한라그룹은 6.87%씩의 온세통신 지분을 갖고 있다.

대우는 대우통신이 하나로 주식 2.49%를 갖고 있고 중공업과 증권이 2.95%의 데이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현 지분을 처분할 수도 있지만 이를 발판으로 기간통신사업자를 소유할 수도 있다.

구조 조정의 핵은 데이콤의 향배이다. 데이콤은 시외, 국제 등 한국통신을 제외한 민간 사업자 가운데 가장 강력한 운용 노하우, 교환망을 갖고 있는 「노른자위」로 불린다. 데이콤은 특히 하나로통신의 최대주주(8.6%)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이미 데이콤이 LG그룹의 몫이라는 소문이 떠돌기도 하지만 만약 재벌기업들간에 지분 인수경쟁이 벌어진다면 삼성도 만만치 않은 라이벌로 등장할 전망이다. 통신서비스 진출을 강력 희망하는 삼성이 굳이 선택한다면 데이콤이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전망에는 최근 등장한 한국전력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전은 통신시장에 이미 깊숙히 진입한 상태이다. 온세통신 4.93%, 하나로 7%, 두루넷 9.9%의 주식을 갖고 있는 대주주이다. 사업 형태도 데이콤 하나로 두루넷 등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이런 한전이 정부의 공기업 개혁 대상에 포함돼 있고 그 일환으로 통신부문을 떼어내거나 분리 독립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한전의 지분을 인수하는 기업은 단위 기간사업자를 소유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한전망까지 흡수, 한국통신에 버금가는 통신 거인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통신사업자 주인 기와 관련,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움직임은 없다. 그러나 동일인 지분제한 철폐가 입법화되는 올 가을 이후에는 통신시장 지각 변동이 불가필 할 전망이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