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이동통신] 대한민국은 지금 "이동통신" 공화국

스무고개 퀴즈 하나. 첫번째 힌트-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그나마 잘 나가는 분야는?. 여기서 곧바로 정답이 나온다면 최고의 현실감각을 가진 사람이다. 잘 모르는 이를 위한 두번째 힌트-올들어 자동차를 제치고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가장 갖고 싶은 물건 1위로 꼽는 것은?. 그래도 어렴풋하다면 세번재 힌트-광고업계를 먹여 살린다. 차인표 이미연 김승우 김국진 고소영 등 톱스타의 경연장. 이쯤되면 초등학생이라도 알아 차린다. 『이동통신이요.』

이동통신 세상이다. 한 마을이라고 해봐야 「이장님」댁 정도에만 있어 「도회지」로 유학가고 서울로 올라간 자식들의 소식을 대신 전해주던 60∼70년대의 전화가 이제는 김매는 농부의 호주머니 속에까지 들어왔다. 새참 나르는 아낙은 간데 없고 때되면 들판에서 이동전화로 자장면 배달시켜 먹는 것이 요즘 시골 풍경이다.

지난 1, 4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총 전화 가입자는 2천만명을 약간 넘는다. 물론 유선전화다. 이미 「1가구 1전화 시대」는 한 참 지나왔다. 휴대폰 개인휴대통신(PCS) 등 이동전화 가입자는 9백만명. 연말까지 1천만명시대 개막은 어렵지 않게 달성될 전망이다.

무선호출 가입자는 1천4백만명이다. 특히 이동전화는 신규업체가 서비스를 시작할 때마다 가입자 1백만명 돌파 「세계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 정도 통계 수치라면 가히 이동통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활동 인구 대부분이 허리엔 삐삐, 주머니엔 이동전화로 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은 이제 한국인의 필수품이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이동통신업계는 「야심찬」 인구 대비 1대1 보급을 겨냥하고 있다. 특수한 경우이지만 홍콩이 그렇다. 삐삐와 이동전화 가입자수가 전체 인구수 보다 많다. 1대1.4에 육박한다.

한국은 상황이 다르지만 적어도 향후 5년내에 이동전화 가입자 2천만명 이상을 예상한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위성통신 서비스가 본격화된다. 올해부터 시작은 되지만 내년에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위성통신은 지역적 한계를 뛰어 넘는다.

지구촌 구석구석을 위성 네트워크로 연결, 언제 어느 곳에서라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어느 곳에서라도」라는 개념은 IMT 2000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NTT도코모가 아예 회사명(도코모)으로 채용한 캐치프레이즈다.

현황과 전망이 이렇다보니 이동통신은 IMF를 뚫고나가는 효자종목이 됐다. 위축되기만 하는 소비 시장에서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 독특한 분야다. 이에 수반되는 각종 단말기 생산은 전자업계의 젖줄 역할을 한다.

종합 전자업체들은 경기 침체로 죽을 쑨 여타 부문의 적자를 이동통신 단말기분야에서 가볍게 만회했다. 무선호출 제조업은 숱한 벤처 스타를 탄생시켰다. 팬택의 박병엽, 엠아이텔의 이가형, 스탠더드텔레콤의 임영식 대표 등이 코스닥 등록이나 상장을 통해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비록 IMF체제와 정부의 치밀하지 못한 정책 추진이 겹쳐 최근에는 빛이 많이 바랬지만 아직도 이동통신은 「꿈의 차세대 산업」이다. 황금알을 낳지는 않았지만 언젠간 낳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더욱이 기간통신 인프라를 확보하고 운용 노하우를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21세기를 준비하는 대기업들에는 수익을 불문하고 뛰어들어야 할 사업으로 꼽힌다.

올들어 주목되는 것은 이동통신시장의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들의 대응책도 급류를 타고 있는 것이다. 시장 개방이 이루어지고 엄격히 제한됐던 진입 및 퇴출 규정이 철폐되고 있다.

기존 업체들은 자생력과 대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총력 대응체제에 돌입했고 이 시장에 아직 뛰어들지 못한 기업들은 인수합병이라는 직접 침투와 지분 참여라는 우회로를 통해 호시탐탐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통신은 반도체를 밀어내고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간판으로 등장했고 국민들의 생활패턴을 21세기 정보화형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를 간결히 정리했다. 김대통령은 지난 17일 정통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말했다. 『IMF의 영향인지 몰라도 아무나 너무 흔하게 이동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동전화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그만큼 정보화에 다가가는 것 아니냐. 이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다』라고.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