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호출 시장은 과거 어느때보다도 심각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 93년 이후 급팽창을 거듭하던 무선호출서비스 시장이 지난 97년 말을 정점으로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개인휴대통신(PCS)을 비롯한 이동전화측의 공격이 더욱 거세졌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무선호출서비스의 해지자 수 증가로 올들어 가입자 수마저 감소세로 돌아서 무선호출 업계에는 유례없는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실제 지난 97년 12월까지 총 1천5백10만5천1백64명에 달했던 전체 무선호출 가입자 수는 올해 들어 감소세로 전환, 1, 4분기에만 98만명이 줄었다.
무선호출서비스의 해지를 요구하는 사람이 신규 가입자 수를 능가, 서비스사업자들은 매일 가입자 수의 심각한 감소를 체험하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이같은 가입자 감소로 날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무선호출사업자에게 가장 큰 적은 무엇보다 PCS를 비롯한 이동전화다.
소비자들도 이동전화와 무선호출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져 이동통신 시장에는 이미 영역파괴 경쟁까지 시작된 상태다.
이에 따라 통신시장 개방에 대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에 앞서 무선호출 사업자들은 국내 이동전화와의 경쟁력 확보방안 마련에 더 부산한 모습이다. 무선호출 시장의 경우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일컬어질 만큼 큰 수익성이 보장되던 분야였지만 이제는 「자구책 마련」이 화두가 되고 있다.
국내 무선호출사업자들이 이같은 이동전화의 공세에 맞서 가장 큰 무기로 내세우는 것은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경제성이다. IMF로 온나라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요즘 상황을 감안해볼 때 무선호출의 경제성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매달 3만원 이상의 통화료를 감수해야 하는 이동전화와 달리 무선호출의 이용요금은 음성사서함 이용요금을 포함해도 1만1천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화율도 98%에 이르러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연락수단이라는 것이 무선호출측의 주장이다. 이동전화의 수신율도 많이 향상되고는 있지만 통화율 높고 경제적인 이동통신서비스는 뭐니뭐니 해도 무선호출이라는 설명이다.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무선호출사업자들이 내세우는 주요 경쟁요소다. 무선호출 가입자들은 주문형 뉴스서비스부터 카드결제 통보, 게임호출, 각종 정보제공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무료 혹은 월 1천원의 요금만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사업자들은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부대서비스를 개발, 가입자 해지를 최대한 막아볼 계획이다.
이동전화에 맞선 이같은 마케팅과 달리 실제 사업자들이 궁극적인 대안으로 꼽고 있는 것은 기술부문에서의 빠른 진화와 발전이다. 오는 99년 서비스 개시가 기대되는 양방향 무선호출서비스를 비롯, 음성삐삐의 등장과 주문형 정보제공으로 삐삐를 정보단말기로 변형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무선호출사업자들의 궁극적인 살길이라는 지적이다.
멀티미디어, 인터넷서비스와 연계시켜 무선호출서비스의 수준을 한층 높여나가며 궁극적으로는 문자, 숫자, 음성, 영상이 모두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로 진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삐삐서비스 이외에 업종 다양화와 전문화를 도입, 새로운 수익창출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자별로는 서울이동통신의 경우 98년을 21세기 비전달성을 위한 「핵심역량 강화의 해」로 설정, 대내적으로는 협력하는 기업문화를 대외적으로는 전략적 제휴를 통한 기업우위 확보를 목표로 내걸었다. 고객만족을 위한 조직체계의 확립과 활용도 높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해지율 최소화를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사업다각화 측면에서는 발전성과 수익성이 예상되는 인터넷폰과 음성재판매 등 별정통신사업에 진출, 기존 무선호출 고객에 대한 토털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나래이동통신도 매출 1조원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무선통신통신서비스를 비롯, 멀티미디어 접속, 정보서비스, 고객관리 지원 등 4대분야에 주력할 생각이다.
사업다각화 측면에서는 이미 나래텔레콤을 통해 인터넷 전화사업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부터는 텔레마케터 6백여명을 기반으로 나래텔레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지난 97년 5월 후발주자로 영업을 시작한 해피텔레콤도 고객지향형 마케팅을 기반으로 사업의 안정성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제조업체와 공동으로 해피텔레콤 고유의 제품을 선보여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며 계층별 성향별로 차별화한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밖에 012 무선호출서비스의 SK텔레콤을 비롯, 부일이동통신과 광주이동통신을 비롯한 지방사업자들도 다양한 부가서비스의 개발과 신기술의 개발로 가입자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동강물을 팔아 돈을 벌었던 봉이 김선달처럼 한 때 떠다니는 전파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던 무선호출사업자들이 전환의 시기에 어떻게 변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