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는 숨만 쉬고 하반기에나 기대하자.」
시스템통합(SI)시장 위축세가 갈수록 심화되자 일선 영업관계자 사이에선 「우려 반 기대 반」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먼저 우려의 소리는 수주물량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것. 국제통화기금(IMF) 영향으로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요즘처럼 아예 개점 휴업상태를 맞을 것으로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실제 우리 회사를 비롯한 대다수 유력 SI업체들이 수행해온 프로젝트는 이달중에 대부분이 끝나는 것으로 안다. SI사업 성격상 한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져 매출과 인력운영이 자연스럽게 돌아가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3, Mbps분기에 상당수 업체들이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D사 영업담당 임원)
이같은 상황은 당초 예정된 수주물량이 크게 지연되거나 프로젝트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말 IMF 태풍이 몰아치면서 국가예산 편성이 지연돼 정부부처의 예산확보 어려움이 가중된 탓이 크다. 여기에다 정권교체에 따른 부처 수장들의 잇따른 인사이동도 프로젝트 발주 차질의 주요인 역할을 했다. 지방의 경우도 지방자치단체의 세수감소가 두드러지면서 신규사업은 아예 뒷전으로 밀어놓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해말이나 늦어도 올 1, 4분기 내에 발주될 예정이었던 대형 프로젝트의 연기가 잇따르고 있다. 국방시장의 최대규모로 꼽히는 C4I는 물론 신공항프로젝트 중 신공항이동관제시스템, 위성항행시스템, 항공교통관제시스템, 정보통신부 우정전담사업, 내무부 국가안전관리망, 건설교통부 건설공제조합신시스템, 철도청 시설물관리시스템 등 수백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의 발주 차질만도 10여건에 이른다. 여기에다 경기도 소방본부, 석유개발공사 경영정보시스템(MIS), 법무부 출입국관리망 등 중소규모의 프로젝트 지연까지 합할 경우 올 상반기 국내 SI업계는 대형, 중소형 업체를 가릴 것 없이 「빈손 장사」가 불가피하다.
『그룹 해체가 가시화되면서 계열사 수탁관리(SM) 물량지원도 줄어드는데다 공공수주시장마저 이 지경까지 침체돼 앞이 안보인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사회경제적 변수를 고려할 때 회복조짐이 많을 것으로 나타나 실낱같은 기대를 갖고 있다.』(L사 마케팅담당 임원)
업계가 하반기 시장회복에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은 공공물량의 상당부분이 국가안보와 관련한 국방사업이거나 실업대책과 관련한 사회간접자본(SOC) 성격이 짙어 발주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에 수주가 몰릴 경우 오히려 전화위복 효과도 클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상반기 환율이 달러당 1천3백∼1천4백원 선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에 비해 하반기에는 1천2백원 선에서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체 매출의 외자분 부담이 50∼60%가 넘는 SI업체들 입장에선 수익구조의 호전도 기대된다.』(SI연구조합 관계자)
업계는 하반기에 이같은 상반기 지연물량의 잇따른 발주사태와 함께 공공은 물론 민간기업의 아웃소싱 분위기 확산도 SI시장 회복에 한몫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