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구조조정에 부쳐

삼성에 이어 LG, 현대, SK, 대우 등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오는 7월부터 시작될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함께 금년 하반기부터 급속도로 진전될 전망이다.

거품 제거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둔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계획의 큰 특징은 부채비율의 과감한 축소와 3,4개의 주력 핵심업종 선정, 주요 계열사의 자산 및 지분 매각을 통한 외자유치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는 종전의 전통적인 관념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내용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재편과 같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이들 대기업은 국내 굴지의 전자, 정보통신 관련업체를 주력사 또는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어 우리나라 전자, 정보통신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중화학, 건설, 금융, 서비스, 유통 등 몇몇 업종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전자, 정보통신, 반도체, 산업전자, 전기 등 전자관련 업종을 주력 업종으로 선정해 놓고 있어 앞으로 전자, 정보통신산업에 미칠 영향은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매우 클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부품 3사 통폐합과 반도체 및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한 전자분야의 고도화 계획이나 LG그룹의 정보통신, 반도체, 가전, 산전 등 고수익 주력 사업을 포함한 전 분야를 대상으로 한 매각이나 외국인 지분참여 추진계획, 또 대우그룹의 대우전자, 대우통신 집중육성 계획 등은 앞으로 우리나라 전자, 정보통신산업에 일대 판도변화를 예고해 주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우리나라 전자, 정보통신산업의 구조조정과 같은 큰 폭의 파장과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계획은 IMF체제 아래서 불가피한 선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21세기 무한경쟁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기업들로선 어차피 겪어야 할 시대적 요청이자 마지막 선택이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이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의지가 매우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외부의 지시나 강요에 의해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추진된다면 그것은 수박 겉 핥기식의 구조조정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구조조정 계획의 실천에 있어서 대기업들의 소극적인 자세도 곤란하지만 정부가 구조조정을 너무 서두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는 이번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제 기업에 대해 격려하고 독려를 해서 개혁에 박차를 가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기업들이 구조조정 계획을 원만히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여건조성을 위해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지난 8일 경제대책조정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아직 경제위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일부 국민이 해이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여건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사실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계획을 원만하게 추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와 같이 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부동산이나 관련시설의 처분이 얼마만큼 계획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며 외국인 투자유치도 당장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금리안정을 통한 실물경제 회복이나 중소기업의 수출지원, 구조조정 과정에서 파생되는 대량실업 문제나 중산층 보호대책 등도 만만치 않은 악재다.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며 국민의 이해와 협조도 매우 중요하다고 아니 할 수 없다.

흔히 IMF 관리체제가 6, kbps5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고 하지만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경우 우리 경제는 6, kbps5 이후 최대의 도약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전자, 정보통신산업은 내수, 수출은 물론 고용, 기술 등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을 이끌어 왔고 앞으로도 21세기를 주도해 나가야 할 첨단산업임에 틀림없다. 이제부터는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우리나라 전자, 정보통신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계기가 되도록 다같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