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95)

허기가 졌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허기를 느껴야 하는가.

화재사고가 난 지 3일이 지나고 있지만 그동안 제대로 식사를 한 적이 없는 듯했다.

김지호 실장은 천천히 광화문 네거리 화재현장의 1호 맨홀이 있는 쪽으로 갔다. 여전히 넓은 도로를 꽉 메운 차량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 안과 밖, 위와 아래, 지상과 지하, 밝음과 어둠. 늘 드나드는 맨홀이었지만 들어설 때마다 맨홀은 극과 극의 중간통로처럼 여겨지곤 했다. 복구작업 현장은 이제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연결된 통신케이블을 활용해 통제실과 각 지점에서 상호간 회선시험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고, 상태가 양호하면 회선의 절체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김지호 실장은 아직도 현장에 남아 있을 김 대리를 찾았다. 아무리 허기가 진다고 해도 혼자서 아침을 먹는다는 것이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김 대리, 별일 없었나?』

『아, 실장님. 경찰서에는 다녀오셨습니까?』

『응. 다녀왔어. 사건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어. 자세한 것은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직원들 아침식사는 어떻게 되었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른 직원들은 식사 교대하고 투입되었습니다.』

『김 대리는 식사 안 했잖아.』

『조금만 마무리지으면 끝날 것 같습니다. 일 끝나면 식사하겠습니다.』

『같이 식사하러 가지. 나도 아직 식사하지 않았어. 또 확인해 보아야 할 것도 있고.』 『어떤 일이지요?』

『일동은행 알지? 그 은행의 전용회선 고장상태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고 싶어. 먼저 아침식사나 하자고.』

잠깐동안 주변정리를 마친 김 대리와 함께 맨홀 밖으로 올라섰을 때 눈부신 햇살이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분주한 차량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

차량의 흐름이 신호에 의해 끊기기를 기다렸다가 빠르게 종로쪽으로 걸어나온 후 김지호 실장이 말을 이었다.

『김 대리, 일동은행 전용선 어떠한 장애였지?』

『네, 일동은행 전용회선은 이번 화재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통신케이블에 수용되어 있었습니다. 절체할 수 없는 회선이기에 회복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또 새로운 통신케이블을 설치하여 회선을 살리고 난 후에는 당연히 회선이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그대로 방치되어 고장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그럼 다른 고장이 있었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