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PC용 차기 운용체계(OS)인 윈도98의 판매방식을 둘러싸고 법무성과 MS의 싸움이 전면전으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PC업계는 이 영향으로 오는 7월 하순으로 잡혀 있는 윈도98 일본어판 출하일정에 차질이 빚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윈도98은 쟁점이 되고 있기도 한 브라우저와 OS의 일체화가 이루어지고 주변기기와의 접속이 간편하며 기동시간도 매우 단축된다.
그러나 사실 이번에 출시되는 윈도98은 지난 95년 말 출시돼 일본 PC시장을 큰 폭으로 성장시켰던 윈도95에 비해 기능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할 뿐 아니라 개발당사자인 MS조차도 개발 초기부터 「윈도98은 대히트작이 될 수 없다」라는 기묘한 선언을 했던 점을 놓고 볼 때 침체된 일본 PC시장의 「비아그라」가 되기는 어려울 것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도98은 그나마 일본 PC업계가 기대를 걸고 있는 올해의 유일한 「대형 호재」다.
MS 일본법인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윈도98의 일본 PC시장 부양효과는 50만대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95년 말에서 96년에 걸쳐 윈도95 탑재 PC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올해부터 서서히 PC교체를 고려하게 된다. 이 수요만도 올해 일본 국내 PC출하대수를 몇%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이밖의 교체수요도 수백만대는 될 것으로 보여 「어차피 교체할 바에야 새 OS 출시와 동시에」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새 OS 채용으로 메모리와 하드디스크의 증설, 교체 수요도 기대되고 있어 일본 PC업계 전반에 걸쳐 폭넓게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일본 PC업체들은 올해 출하목표를 전년대비 10% 안팎 증가로 설정해 놓고 있으나 그나마도 「올 후반기 경기가 회복될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개인 소비가 회복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현 시장상황 속에서 일본 PC업계가 매달릴 곳은 윈도98뿐인 것이 현실이다.
윈도98 일본어판의 출시시기는 현 상황대로라면 7월 25일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럴 경우 여름 보너스 시기와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NEC, 후지쯔, 일본IBM을 비롯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5월 초순부터 「지금 PC를 구입하면 윈도98을 무료로 제공합니다」라는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각 업체들의 전략은 이렇다. 우선 보너스 시기인 5월부터 6월까지 윈도95를 탑재한 여름 신제품을 시판하고, 이후 윈도98이 출시되는 시점부터 이들 새 모델에 새 OS를 탑재해 다시 출하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새 OS 출시 이전에 여름 새 모델을 구입한 소비자들을 위해 무료로 새 OS 패키지를 우편을 통해 보내주는 이른바 「2단계 작전」을 구사하는 것이다.
일본 대부분의 PC업체들이 이미 이같은 판매방식을 대대적으로 광고해 놓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만약 윈도98 일본어판 출시에 또다른 변수가 생길 경우 올해 일본 PC판매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일본 최대 PC업체인 NEC의 한 관계자는 『그런 일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만약 연기가 아닌 「브라우저와 OS의 분리 출하」라는 형태로 윈도98 문제가 마무리될 경우 업체들로서는 브라우저와 OS를 차후 조합해 판매하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일부 업체들은 광고 생리상, 법무부와 MS의 첨예한 대립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윈도98의 주목도가 높아지는 「플러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자위하고 있다.
한편 일본 PC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OS소동」 자체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OS에 경기부양효과를 요구하기보다는 좋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국내 PC시장 출하가 감소하는 것은 매력적인 하드웨어 상품이 없다는 시장으로부터의 경고로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제품 개발을 우선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OS에 기대기보다는 최근의 PC 기능화 경향에 맞춘 상품 출하가 필요하다」는 등의 주장이 바로 이를 뒷받침한다.
사실 MS는 윈도98 출시시기를 최초로 계획했던 지난해 11월 이후 무려 세 차례 연기했다. 원래 SW업계에서는 출하일정의 연기가 다반사지만 그렇다고 해도 MS는 상습범에 해당된다. 이번에 만약 또 출하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자의는 아니지만 PC업계 입장은 매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본 PC업계에서는 이번 법무성과 MS간 「사건」을 거울 삼아 일본 업계 전략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