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롤러, CDMA단말기 한국 투자 배경

리처드 얀츠 모토롤러 아시아, 태평양지역 사장이 14일 총 3억달러의 한국에 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그 가운데 절반인 1억5천만달러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단말기 등의 생산 및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말해 그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1억5천만달러를 모조리 단말기분야에 투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업계 일각에서 떠돌던 국내업체와의 단말기 제휴설이 「공식화」됐다는 점에서 국내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토롤러의 이같은 결정 배경에는 한국시장 자체에 대한 매력과 세계 최대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을 겨냥한 원거리 포석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아날로그 단말기시장을 석권했던 모토롤러는 CDMA를 상대적으로 등한시, 연간 2백만개를 웃도는 한국시장을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등 국내업체에 고스란히 내주었다.

특히 예상외의 개인휴대통신(PCS) 열풍은 모토롤러로 하여금 하루빨리 한국 CDMA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가중시켰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삼성, LG를 비롯한 국내 단말기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는 안을 제시했었다.

이와 함께 연간 2천만개라는 세계최대의 단일시장으로 부각된 중국 단말기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거점으로 한국이 최적지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중국은 유럽표준이동통신(GSM), CDMA 등 다양한 형태의 이동전화가 서비스되고 있고 특히 얼마 전까지 압도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했던 모토롤러가 최근에는 에릭슨의 거센 추격으로 입지가 흔들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런 점 때문에 지리적으로 가까워 물류비용 등에서 유리하고 단말기생산 노하우까지 확보하고 있는 한국업체와의 제휴를 서두르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남은 것은 과연 누가 모토롤러의 파트너가 되느냐다. 현재까지 모토롤러 주변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LG정보통신보다는 삐삐를 거쳐 최근 단말기까지 개발, 출시한 중소 전문업체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실제로 모토롤러측도 팬택 및 텔슨과 접촉을 시도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기술력과 운용 노하우를 고려, 팬택을 선택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 경우 자본참여 형태로 제휴를 진행, 휴대폰과 PCS를 OEM받아 내수 및 수출에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팬택에는 2대 주주로 참여하게 되고 총투자비는 5천만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토롤러의 국내 CDMA 단말기시장 참여가 가시화될 경우 일대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모토롤러는 이미 직접 제작, 출시한 제품에 일부 문제가 있다면 전량 회수, 몇달간 재점검을 할 정도로 품질관리에 철저하다. 또 브랜드 이미지 역시 강점이다. 이동전화 단말기시장에서 다시 한번 삼성, LG와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