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트북 PC 시장이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용도에 맞춰 2가지 형태로 급속히 특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노트북 PC 생산업체들은 「휴대성」과 「고성능」이라는 2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때문에 노트북PC 소비자 부류가 실제로는 데스크톱 PC처럼 주로 한 장소에서 사용하는 층과 휴대통신단말기처럼 항상 휴대하면서 사용하는 층으로 나뉘어 있음에도 불구, 지금까지는 두 부류 모두 별다른 구별없이 비슷한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노트북PC 업체들이 액정 패널의 가격 하락을 계기로 이들 두 부류를 차별화해 용도에 맞춰 특화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두 부류간 보이지 않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본 노트북PC 이용자 가운데 상당수는 노트북PC를 주로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테스크톱 PC처럼 이용하면서도 비좁은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노트북PC를 선택해 왔다. 고성능 노트북 PC가 잇따라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노트북PC 이용자 가운데는 외근중 한시도 노트북PC를 손에서 떼어서는 안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같은 소비자를 겨냥한 노트북PC는 「가볍고 얇고 전기 수명이 긴」 휴대성에 주력한 제품이어야 한다.
이처럼 용도가 확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노트북PC로 통했던 제품들이 액정 데스크톱 PC의 급속한 보급이 촉매로 작용하면서 용도에 맞춘 특화된 제품으로 각각 탈바꿈하고 있다.
일본 노트북PC업체들은 노트북 PC를 책상에서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노트북PC 대신 가격이 크게 낮아지고 있는 액정 데스크톱PC를 선택하는 성향을 보이자 더 이상 휴대형이라는 특성에 매이지 않고 이들 소비자층을 겨냥해 액정 패널을 표준 탑재한 소형 데스크톱 형태의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즉 지금까지 공간활용용으로 사용됐으면서도 형태가 노트북PC였던 제품을 액정 데스크톱 PC형태로 분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액정 데스크톱 PC는 매장의 한 자리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때문에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급변한 것은 지난해 말로, 액정 데스크톱 PC 가격이 노트북 PC보다 낮아지면서 시장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액정 패널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노트북 PC에 탑재하는 12.1인치형과 액정 데스크톱 PC용 13.8인치형 이상급의 가격차가 축소된 것이 그 배경이다.
가격이 역전되면서 공간 활용 PC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노트북 PC 대신 대화면 액정 데스크톱 PC를 선호하게 됐다. 소비자들로서는 비슷한 가격으로 「설치공간은 노트북PC, 성능은 데스크톱PC」 수준인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공간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노트북 PC 수요는 이제 액정 데스크톱 PC가 거의 해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시장점유율이 거의 미미했던 액정 데스크톱 PC의 점유율이 올 3월 시점에서는 전체의 8.4%에 이른 것도 바로 이같은 경향을 반증하고 있다.
한편 둘로 분화된 노트북PC 가운데 휴대 용도로 특화되는 기종은 공간활용용으로 이용되는 상황도 고려했던 기존 노트북 PC와는 전혀 다른 제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기종의 수요층이 이미 데스크톱 PC나 기존 노트북PC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PC와 병행 사용하기 위해 2대, 3대째 PC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당연히 제품 선택에 앞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제품과는 다른 특징을 추구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원하는 특징이 바로 휴대성으로 데스크톱 PC 수준의 성능과 기능은 더 이상 큰 장점이 되지 못한다. 실제로 NEC가 지난해 가을 시판한 B5 소형 노트북 PC 「Mobio」의 경우 구매자의 약 80%가 2대 이상째 PC 구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노트북 PC업체들의 제품 기획 방향도 바뀌고 있다. 휴대형 제품 중심의 기획은 데스크톱 PC수준의 성능과 기능을 추구하던 시대와의 결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이나 하드디스크의 용량보다 휴대성을 한층 강조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 주요 포인트가 된다.
지금까지 PC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마법의 상자」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왔다. 기존 노트북 PC도 이 범주를 크게 벋어나지 않아 고성능에 대한 집작이 강했었다. 그러나 이제 노트북PC의 개념은 이같은 경향에서 탈피해 「가능한 것만 가능한」 전문화된 제품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업체들의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같은 용기 있는 결단을 가장 먼저 내린 업체는 PC업계 타성에 가장 덜 젖어있던 소니. 소니는 말그대로 「줄일 것은 줄이고 강조할 것은 최대한 강조한」 노트북 PC 「바이오505」를 지난해 11월 시판해 일본 노트북PC업계를 뒤집어 놓았다. 「물건이 없어 못팔고 있을 정도(소니측 주장)」로 이 제품이 거둔 성공은 다른 경쟁업체들을 자극했고, 이 영향으로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기능을 축소한」 보다 전문화된 노트북 PC가 올 여름부터 많은 업체들에 의해 잇따라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 일본 노트북 PC 사업 구도가 2대째 3대째 수요를 겨냥한 휴대형 중심의 노트북 PC와 기존 노트북 PC에서 분화된 액정 데스크톱 형태의 PC로 급속히 분화되면서 시장 규모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분화는 기술 향상을 자극해 앞으로 수년간 노트북 PC의 이상형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