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00)

『차장님, 혼자서 그 돈을 찾았다는 것이 어떻게 확인되었나요?』

『각 은행에서 출금된 리스트를 확인했어. 서울 시내 한복판의 은행을 차례로 돌아다니며 현금을 인출한 것으로 되어있어.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순서대로 은행을 정하고, 차례로 돈을 찾은 것을 보면 한사람이 움직인 것 같아.』

『혼자서 그 돈을 다 찾았다는 말인가요?』

『물론 일행은 있었겠지. 통장도 한 사람 이름으로 되어 있었고, 한 사람이 움직이듯 시간과 장소가 나타나 있지만 찾은 돈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었을 거야.』

『현금으로 찾았을 경우에도 그 양이 무척 많을텐데요.』

『그렇겠지. 차량을 이용했을 거야. 승용차가 아니라 승합차 정도는 돼야 했을 거야.』 『사전에 준비를 했다는 이야기네요.』

『그래.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었다고 볼 수 있어. 한두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연계됐을 거야. 돈을 인출한 은행을 봐도 알 수 있어. 가장 가까운 동선의 은행이 선택되었고 사전에 그 은행에서 통장이 만들어졌어.

만일 혜경의 단말기를 조작하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했을 거야.』 『돈이 인출된 은행의 감시용 카메라는 확인이 되었나요?』

『각 은행마다 감시용 카메라가 모두 비치되어 있었어.

이미 몇 군데의 은행에 확인을 해본 결과 돈을 찾은 사람은 한사람으로 추측되고 있어. 화면을 보지는 않았지만 설명을 들어보면 같은 사람이야. 각 은행마다 연락하라고 했으니까 바로 테이프를 확인할 수 있을 거야.』

『김 차장님, 경찰에는 알렸나요?』

『아냐. 아직 알리지 않았을 거야. 본점에서 알릴 거야. 지점장님이 은행장님하고 의논하셔서 결정한다고 했어. 혜경의 단말기는 손대지 마. 신고하자마자 바로 형사들이 들이닥칠 거야. 그 동안의 경과를 머리속에 정리해 놓고 있어.』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면 되겠지요. 어쨌든 혜경씨가 너무 안타까워요.』

고객상담실. 김 차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현미는 순간적으로 조 반장을 떠올렸다. 혜경이 죽은 창연오피스텔 현장에서 만났던 형사반장. 혜경의 죽음과 관련한 것이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하던 그였다.

『참, 돈을 인출한 사람의 이름이 누구죠? 어떤 사람이지요?』

현미는 통장 주인이 궁금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