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통신장비업체, "脫 IMF" 총력

중견 통신장비업체들이 「탈(脫) IMF」를 외치며 최근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두팔을 걷어 붙였다.

그동안 국내 정보통신시장에서 허리 역할을 담당했던 흥창, 대영전자, 성미전자, 한창 등 매출액 1천억원 규모의 통신업체들이 최근 변화된 기업 환경에 대응해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선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올해 통신장비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매출액 대부분을 차지했던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기간통신사업자가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추세는 그동안 기간통신사업자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되던 것이 점차 공개입찰과 같은 경쟁방식으로 바뀌면서 이에 맞는 기업 체질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사업부 독립을 통한 회사분리,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와 제휴 추진, 공급 및 시장 다변화 등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 분리=한창은 최근 마케팅과 홈오토메이션, 보안장비 분야를 분리해 드림텔과 한창시스템을 설립했다. 또한 한창 내의 정보통신 연구소를 하나로 통합해 별도 자회사로 분리하는 등 조직을 대폭 슬림화했다. 지난해 7백억원 정도의 매출액을 올린 국제전자도 최근 국제전자의 시스템분야를 분리해 국제전자제어를 별도로 설립하는 등 분야별로 육성키로 했다. 이에앞서 맥슨도 맥슨전자와 맥슨유통으로 분리하는 등 연구개발 및 제조와 마케팅으로 전문화시켰다.

△전략적 제휴=최근 통신장비 분야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흥창은 지난해 글레네어사에 이어 올해 미국 ADC사와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또 고합그룹 계열 KNC, 삼우통신 등이 각각 미국 누코, 켄우드사와 제휴 관계를 체결하고 해외시장 개척, 신기술 확보,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장 및 공급선 다변화=그동안 주로 한국통신 중심으로 마케팅을 전개했던 삼우통신은 마케팅을 1부와 2부로 나눠 신세기통신, 하나로통신 등으로 시장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유선통신시스템이 사업의 중심축이었던 성미전자도 최근 별도 마케팅과 연구개발 부서를 설립하고 무선시스템분야를 크게 강화했다. 이외에도 국내시장에 치중했던 대영전자, 에이스테크놀로지 등도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알카텔에 장비 공급을 추진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공급선 다변화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성미전자 성태경 부사장은 『그동안 중견 통신장비업체는 국내 통신시장 호황과 맞물려 편한 시절을 누려온 게 사실이라며 이같은 변화된 환경이 도리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병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