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와 20개주 독점규제당국이 지난주 결국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각각 제기해 그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측은 그동안 몇차례 타협을 시도했으나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MS는 당초 예정일을 사흘 넘긴 지난 18일 PC 제조업체들에 윈도98 공급을 강행했고 법무부 등은 이에 맞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근래들어 최대규모로 평가되는 이번 반독점 소송의 쟁점은 표면상 윈도98과 인터넷 검색 소프트웨어인 브라우저의 통합문제.
MS측은 자사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윈도98의 핵심 기능이라며 이를 분리해 판매할 수는 없으며 이를 요구하는 것은 『기술 혁신을 방해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법무부 등은 그러나 이는 MS가 세계 PC 운용체계(OS)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브라우저 시장을 무혈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하는 처사』라고 맞서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MS는 물론 최대 경쟁업체인 넷스케이프도 브라우저를 직접적인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고 있지 않는데 소송의 당사자들은 왜 브라우저에 집착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MS와 넷스케이프 모두 브라우저를 수요자들에 공짜로 나눠주고 있음을 생각하면 이런 의문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의 당사자들이 윈도98에 IE를 통합하는 것이 옳으니 그르니를 두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는 실질적인 이유는 최근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은 오는 2000년대 초반 수천억 달러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초고속 성장하고 있는 유망시장인데, 브라우저는 바로 이 시장의 출입구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그 자체보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의 출입구를 틀어쥠으로써 향후 이 시장 이용자들에게 요금을 부과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일으킬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등은 따라서 MS가 윈도98에 브라우저를 통합시키는 방법으로 일단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고 나면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을 지배하려 들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MS에 대해 윈도98과 IE를 분리하든지 아니면 IE와 함께 넷스케이프의 내비게이터를 윈도98에 탑재토록 명령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한 것도 이같은 우려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5년만 해도 MS에 대한 반독점 혐의조사에서 법무부는 인터넷을 중요시하지 않았으며 MS조차 이 시장의 성장을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인터넷은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고 넷스케이프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정이 급변하면서 이제는 양측 모두 그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이번 소송의 특징이다.
한편, 법무부가 브라우저를 중시하는 또다른 이유는 PC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MS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이 프로그램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유력하다.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들은 최근들어 OS 대신 브라우저에서 직접 운용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가 개발한 자바언어가 이를 가능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례로 브라우저 업체인 넷스케이프와 자바언어 개발업체인 선이 제휴해 새로운 PC 소프트웨어 개발환경을 마련한다면 윈도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PC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MS의 독점적 지위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브라우저 시장마저 MS가 지배하게 된다면 더 이상 MS와 경쟁할 수 있는 업체가 출현하는 것은 불가능해질 것으로 법무부 등은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를 켰을 때 나타나는 초기화면의 선택문제도 이번 소송의 또다른 쟁점이다.
MS는 컴퓨터 사용자들이 프로그램을 운용할 수 있는 상태인 초기화면에 특정 웹사이트 및 트랜잭션 처리가 이뤄지는 장소로 직접 갈 수 있는 「쇼트컷」 프로그램을 OS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법무부 등은 그러나 이는 MS가 컴퓨터 사용자들을 자사와 관계 있는 특정 사이트로 유도하려는 수단이라며 컴퓨터의 초기화면 구성을 MS가 결정할 것이 아니라 PC 제조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이번 소송에 임하는 법무부의 입장은 컴퓨터 제조업체들에 보다 많은 재량권을 갖도록 함으로써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야 하며 MS가 이를 통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집약될 수 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번 반독점 소송의 범위가 예상보다 훨씬 좁다며 앞으로 소송 추이에 따라 확대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법무부 등은 일각에서 제기됐던 MS 분할론은 물론 MS제품 전략의 핵이라는 점에서 윈도98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윈도NT도 인터넷 프로그램들을 통합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소송에선 거론하지 않았으며 윈도98 자체의 출하금지 명령도 요청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번 소송에서 제기된 내용들만 해도 그 기술적, 법률적 난해성으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요구될 것이라며 판결내용에 따라선 소프트웨어 산업의 판도가 엄청나게 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