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대통령과 인터뷰를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대통령과 인터뷰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 국민들은 대통령은 고사하고 정부관리들조차 만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올해들어 김대중 대통령이 TV방송을 통해 두차례 「국민과의 대화」를 가졌지만 그 역시 제한된 시간, 공간속에서였다.
나우콤(대표 강창훈)이 지난 22일부터 29일까지 추진중인 「김대중 대통령 전자우편 인터뷰」는 누구나 참여할 수있도록 열린공간에서 진행되는 행사라는 점에서 크게 관심을 끌고 있다. 온라인서비스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만 참여가가능하지만 PC통신, 인터넷 사용자가 4백여만명에 육박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울타리가 없는 셈이기 때문이다.
사흘째인 24일 현재 3백여개가 넘는 질문이 접수됐다. 참여자는 초등학교 학생에서부터 대학생, 공무원, 정보통신분야 종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이 쏟아내는 질문 또한 각양각색이다.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에서부터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발전방향, 일본문화 침투, 실업대책 등 선뜻 답하기 어려운 사항까지 망라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질문은 대부분 실생활에 바탕을 둔 것들이어서 그 어떤 전문가의 생각보다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이병윤(ID christ79), 이영석(lysh1), 조성문(다잠)씨 등은 국내의 PC통신비가 지나치게 비싸 정보통신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을 들며 통신비를 정액화할 의향은 없는지를 물었으며 정우철(meme), 배성호(cozypai)씨 등은 정보통신 분야의 구체적인 발전방안 및 국내 통신인프라 고도화 방안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자신을 모市의 전산담당과장이라고 밝힌 이차규씨(aerina)는 국내 정보화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진다고 전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 문화에 대한 질문도 쇄도했다. 일본문화 침투 및 개방에 대한 대통령의 의견을 묻는 것(경우현씨)도 있었으며 교육개혁, 병역특례, 사법개혁, 외국인 노동자 등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각종 현안의 해결책을 내달라는 주문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네티즌들은 국내 처음 시도되는 이번 행사에 상당히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네티즌들은 그동안 PC통신, 인터넷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며 사회 각 분야의 문제점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네티즌들은 이번 행사가 「전시행사」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의 의견이 실제로 국정에 반영되는 직접민주주의 행사로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4월 영국의 토니블레어 수상이 인터넷을 통해 국민과의 대화를 성사시켜 큰 호응을 얻었던 선례가 국내에도 적용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