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하이비전TV가 연간 20만대의 수요를 돌파하면서 침체 국면을 걷고 있는 일본 가전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하이비전TV는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고가상품인 데다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에 있어 향후 커다란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쓰시타전기.소니.파이어니어.도시바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각각 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장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들어서도 전체 AV기기 출하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낮은 실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하이비전TV는 전년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이비전TV는 캠코더, 냉장고, 에어컨 등과 같이 고가 가전제품에 속하기 때문에 제품을 할인하거나 인상하면서 생기는 액수차가 크며 이같은 가격변동에 따른 반응이 민감한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3월 일본에서는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제품을 미리 사두려는 심리작용으로 일시적인 수요폭주 현상이 일어난 적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하이비전TV 출하대수는 전년도에 비해 2.9배나 늘어났으며 2월과 3월에도 각각 2배와 2.2배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 결과 1월부터 3월 사이의 출하대수는 전년동기에 비해 2.2배 늘어난 4만7천대에 달했다.
올 들어서는 나가노 동계올림픽이라는 특수를 앞둔 1월의 경우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6% 증가한 1만4천대의 출하량을 보였으며 2월에도 23% 증가한 1만8천대의 출하실적을 기록했다. 3월에는 37% 감소한 1만5천대에 그치긴 했지만 96년 3월(1만1천대)에 비하면 그래도 상당히 증가한 편이다.
하이비전TV의 수요는 가격대가 크게 낮아지기 시작한 95년 이후부터 확대되기 시작했는데 95년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3.5배 많은 8만1천대가 팔렸으며 96년에는 2.3배 늘어난 18만7천대의 출하대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연초의 호조에 힘입어 전체적으로는 전년대비 18% 증가한 21만9천대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20만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하이비전TV가 기록한 「전년대비 18% 신장률」은 최근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일본 AV시장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 미니디스크(MD)플레이어를 제외하곤 가장 높은 것이다.
일본 가전업계에서는 이같은 신장세에 힘입어 올해 하이비전TV의 수요는 적게는 전년대비 50%(30만대)에서 많게는 70%(35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이비전TV의 보급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우선 모든 소비자를 예비고객으로 볼 수 있는데다 기능면에서는 일반TV에서 느낄 수 없는 선명도 높은 화면을 즐길 수 있고 특히 최근에는 가격대가 많이 낮아져 구입하기가 훨씬 쉬어졌으며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선보이고 있는 고화질 영상자료를 볼 수 있는 재생기기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음달에는 올림픽보다 관심이 높다는 월드컵을 앞두고 생산업체들의 하이비전TV 판촉전도 본격화하고 있어 5월과 6월의 수요는 전년동기수준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쓰시타전기는 주력 컬러TV제품인 「미라이(美來)」시리즈 중 32인치와 36인치 제품 등 2개 기종을 중심으로 하이비전TV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마쓰시타는 이들 제품에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 프로그레시브 스캔 방식을 채용함으로써 미세한 고화질을 실현했다. 또 브라운관은 자사의 종전 제품에 비해 2배이상 평면화를 꾀했고 휘도도 10% 이상 향상시켰다.
소니는 평면브라운관 「FD트리니트론」을 탑재한 컬러TV 「베가(WEGA)」시리즈의 신제품으로 최근 36인치 하이비전TV를 선보이며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다. 소니는 하이비전TV에 「FD트리니트론」관을 탑재해 보통 영상표시는 물론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에 요구되는 멀티화면표시 및 문자정보 표시시에도 화면 전체에 걸쳐 굴곡없는 균일한 영상표시를 가능하도록 했다.
파이어니어의 경우 고화질 XGA 와이드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을 탑재한 50인치 하이비전 플라즈마 TV를 선보이면서 이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파이어니어는 독자적인 플라즈마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50인치의 대화면이면서도 본체의 두께를 불과 9.8㎝로 줄인 플라즈마TV의 상품화에 성공했다. 또 「1280X765」급의 고정밀도와 3백50칸델라의 고휘도를 실현한 XGA 와이드패널을 탑재해 섬세한 하이비전 영상과 XGA급 컴퓨터 영상신호를 비롯한 각종 포맷의 영상을 출력할 수 있게 했다.
샤프도 평면 브라운관을 채택한 컬러TV 「아자야카 플랫」 5개 기종을 주력상품으로 한 판매전략을 세워놓고 하이비전TV의 보급을 꾀하고 있다. 샤프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차세대 대규모집적회로(LSI)인 미디어 프로세서를 탑재해 업계 최초로 비월주사방식과 프로그레시브 주사방식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해상도나 주사방식이 다른 영상을 동시에 화면상에 임의의 위치, 크기로 재생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 도시바와 히타치제작소 등도 현행 NTSC방식 TV방송을 2배의 주사선수로 표시하는 프로그레시브스캔 방식을 채택해 화질저하를 막고 선명하고 깨끗한 영상을 재현하는 하이비전TV를 선보이며 판매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