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12)

『평상시에 잘 알고 지내는 여자입니다. 자주 만났고, 친하게 지냈습니다.』

『잘됐군요. 직장 동료들 말고는 죽은 여자를 자세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보호자도 찾을 수 없었는데, 댁이 좀 협조해 주시지요.』

『도와드리는 것은 얼마든지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혜경 씨의 시신은 어디 있지요? 장례는 누가 어떻게 치를 것인가요?』

『아마 뒷처리는 일동은행 직원들이 맡게 될 것입니다. 결혼하지 않은 젊은 사람이기 때문에 바로 화장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시신은 부검 중에 있습니다. 부검이 끝나면 바로 처리될 것입니다.』

사내의 표정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조 반장은 다시 한번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은행에서의 생활 이외에는 전혀 파악된 것이 없었는데, 이 사내를 통해 더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내, 만만치 않다.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용의자는 그 눈빛만 봐도 범인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한번에 알 수 있다. 특히 초범인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몇마디 말을 던져보면 바로 확신을 가질 수 있다. 금방 눈빛이 흔들리고,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범행의 빈도가 많아지고 대담해지면 범인의 눈빛은 흔들림이 적어진다. 범행과 관계없는 사람처럼 눈빛의 흔들림이 없어진다. 이 사내, 전혀 눈빛의 동요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자신이 그동안 알고 있던 여자가 죽은 그 현장에서도 눈빛의 흔들림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관련됐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조 반장은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 오늘 화장을 하겠네요?』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보다 은행 측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입니다.』

『저도 참석하고 싶은데, 누구와 이야기해야 하나요?』

『요 앞에 있는 일동은행으로 내려가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곳의 직원들과 상의해 보십시오.』

『알겠습니다. 제가 협조할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해드리겠습니다. 바로 위층에 살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사내가 지갑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 조 반장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제 연락처입니다. 이리로 연락주시면 언제든 도와드리겠습니다.』

조 반장은 사내가 준 명함을 받아들고 살폈다.

김환철.

그의 이름은 김환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