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로 새로운 도약을.
계절의 여왕 5월이 지나자 마자 정보문화의 달 6월이 개막됐다. 싱그로운 녹음의 계절에 우리나라에서는 한 달 내내 다채로운 정보화 관련 행사와 세미나 심포지엄이 전국 각지에서 개최된다. 온 나라가 적어도 6월 한 달만은 정보화 열풍에 휩싸이게 된다.
서울올림픽의 열기가 한창 이던 지난 88년 시작,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정보문화의 달 캐치프레이즈는 「정보화로 새로운 도약을」이다. 정보문회의 달 주제는 해마다 바뀌지만 올해의 주제는 특히 의미심장하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한 껏 움츠러 든 경제 전반의 주름살로 재기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자조」의 분위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지만 어떻게든 돌파구는 찾아야 하고 그 출발점을 「정보화」에서 찾아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경제성장이 역전된 것은 위기에서 누가 「정보화 투자」를 과감히 집행했고 또 이것에 성공했느냐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80년대 제조업의 호황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일본은 90년대 초반 거품이 빠지면서 곧바로 경기 위축으로 이어졌고 당장의 경제지표에만 매달려 정보화 투자를 축소했다.
그 와는 반대로 미국은 일본에 밀리던 80년 후반부터 「미래의 승부수」로 「정보화」로 선택, 오히려 정보하 투자를 늘려 나갔다. 전 국민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사회와 문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21세기 지식사회에 대비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3%의 높은 경제성장을 일구었고 실업율도 사상 최저수준인 4.9%를 달성했다.
미국 경제의 탄탄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가 정보화로 새로운 도약을 이루자고 나선 것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보화외에 대안이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외견상 우리나라의 정보화 지수는 사무용 PC 보유대수가 세계 12위, 가구당 보유대수는 15위로 그리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위기를 타개하긴 어렵다.
정부는 사무용 PC 보급 순위를 오는 2002년까지 세계 2위, 가구당 보유는 세계 5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보화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용을 창출, 실업을 최대한 억제하려면 투자도 중요하지만 역시 관건은 일반 국민들의 정보 활용 능력이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21세기라는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문화센터가 주축이 돼 추진하는 정보문화의 달 행사도 모두 이같은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달 행사에는 정보통신 관련 기관 단체 기업 등 총 49개 기관이 참여, 1백32건의 분야별 행사를 개최한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세계에서 컴퓨터를 제일 잘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천명한 만큼 국민들의 정보화 마인드 및 정보이용 능력 향상을 겨냥, 범 국민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준비됐다.
정부가 올해 정보문화의 달 행사와 관련 유달리 강조하는 것은 「실속」과 「생활 밀착형」이라고 할 수 있다. 거창한 구호에 예산만 투입하는 요란한 행사 보다는 적은 예산으로 실제 정보화에 도움이 되는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SOHO 엑스포이다. 소호들 만을 위한 국내 최초의 전문박람회가 이 행사는 소호 관련 비즈니스 주제관, 기술지원관, 창업컨설팅관, 비즈니스 홍보관 등 소호를 꿈꾸는 국민 누구나 이곳에서 소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구성됐다.
소호 엑스포는 부대행사로 김동길 박사의 특별 강연, 소호 창업전략 및 운영기법 컨퍼런스, 창업 홈페이지 공모전 등도 마련해놓고 있다.
6월24일부터 27일까지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열리는 「한국컴퓨터 소프트웨어전」은 국내 최대의 정보통신 전시회라는 위상에 걸맞게 최신 제품 및 신기술 경연장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전시회에서는 전문가들을 위한 각종 기술 세미나 심포지엄도 함께 개최된다.
생활 밀착형 행사가 급증한 것도 두드러 진다.
가정의 일상생활 속에서 모범적으로 정보통신기기를 활용하고 있는 정보가족을 선정, 발표했고 청소년들의 정보화 인식 제고 및 우수 정보화 인력을 발굴하기 위한 제2회 컴퓨터 재능대회를 추진, 6월말까지 컴퓨터를 이용한 그림일기, 포스터 등을 공모한다.
정보화의 취약지대로 지적받는 여성과 장애인들을 겨냥한 행사도 눈길을 끈다. 특히 자녀들의 무분별한 음란 컴퓨터 통신을 차단하려해도 방법을 몰라 애 태우는 학부모들을 위해 불건전 정보실태 및 자녀 지도법을 알려주는 지방 학부모 대상 순회 강연회가 준비돼있다.
21일 여의도 중소기업종합전시장에서는 「장애인 정보화 촉진 결의대회」가 계획되어 있다. 이날은 정보화로 장애를 극복한 성공사례 발표와 결의대회, 중고컴퓨터 재활용 조립행사들이 열려 자칫 소외되기 쉬운 장애인들의 정보화 마인드 확산과 활용 방안 등이 연출된다.
6월은 정보문화를 체험하고 배우는 국민적 축제의 달이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