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붕괴위기 PC산업 방치할 수 없다

21세기 정보시대에 대비하기 의해선 정보인프라 구축이 매우 중요하듯이 PC산업 육성 없이는 효과적인 정보화의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PC산업을 국가기간산업의 하나로 적극 육성해야 하는 것도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로 만들어 정보사회를 앞장서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막중한 책무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는 우리나라 PC산업이 고사직전의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깝고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PC산업이 내수침체와 수출부진 등의 이유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이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은 그동안 본지에서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PC산업이 붕괴위기의 한계상황에 처해 있다는 전자산업진흥회의 한 조사는 현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볼때 다시 한번 이에 대한 관심과 대책마련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정보산업을 주도하며 연평균 20∼30%의 고도성장을 구가해 온 PC산업이 오늘날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된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가 있다. 그중에서도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특히 IMF한파가 가져다 준 수요격감, 원화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가부담 가중, 금융비용 증가 등이 우선 지적할 수 있는 직접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원화환율 상승은 각종 멀티미디어 보드류 및 팩스모뎀에 내장되는 핵심부품의 수입가격 상승을 유발시켰고 이는 결국 원가부담 증가로 경쟁력을 상실케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조립 형태로 출발한 우리나라 PC산업화 초기부터 기반조성이 미흡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생산 및 기술개발 측면에서 볼 때 정부의 종합진흥체제 구축이나 신기술 개발정보의 수집 및 지원의 미흡, 연구소와 업계간의 연계성 부족 등 미흡했던 점이 한 둘이 아니다. 마우스나 키 보드 등 전용부품 및 ASIC 등의 생산기반 구축도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미흡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또 업계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저가입찰제도의 시행으로 PC업체의 부실을 유도한 결과를 초래했고 특히 국내공급이 안되는 수입부품에 대해 경쟁국보다 높은 관세율 적용, 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면서 한편으로는 국내 공급이 가능한 부품에 대해선 낮은 관세율을 적용, 결과적으로 국내 부품공급업체의 도산을 초래케 하는 등의 제도적인 문제점도 없지 않았다.

내수시장에 초점을 둔 기업의 사업추진 전략도 사태악화를 부추키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되었을 것이다. 한때 연평균 25∼30%의 높은 매출신장률과 생산량의 80% 이상 내수공급 등에 안주하면서 수출시장 개척 등 경쟁력 강화에 소홀히 해 왔고 또 최근엔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출혈, 과당경쟁이란 최악의 국면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PC생산량은 지난 7년동안 연평균 3.3%의 감소세를 보였고 수출은 연평균 17.3%나 줄어 들었다. 경쟁국인 대만의 PC생산이 같은기간중 연평균 28.3% 나 증가했고 수출도 24.8%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지난 97년 우리나라의 PC 수출실적이 12억5천만 달러에 불과한데 비해 대만은 65억3천만 달러로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대만의 경우 지난 80년부터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 각종 지원과 함께 기업의 투자를 장려해 왔고 특히 적극적인 수출시장 개척으로 생산량의 85∼90%를 수출하는 주요 PC수출국가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한때 70여개에 달하던 PC업체들이 경영환경의 악화로 도태되면서 현재 중소 조립업체를 제외하고 4∼5개사가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들마저도 사업포기 또는 축소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러다간 우리나라 PC산업이 송두리째 붕괴되는 것이 아닌지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PC산업은 21세기 가장 각광받게 될 기술집약 산업이다. 세계각국이 전략산업화로 우위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정보화가 최대의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는 지금, PC산업의 전략적인 육성은 최대의 절박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귀중한 교훈으로 삼아 세계시장에 과감히 재도전하는 비상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