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요?』
조 반장은 자신에게 되물어오는 사내의 눈빛을 주시하며 태연스럽게 말했다.
『모르셨습니까?』
사내 표정과 심리의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50억의 돈이 불법으로 송금되고, 현금으로 인출된 사건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네? 무엇을요?』
『정말 모르고 있었습니까?』
『네, 아무것도 모릅니다. 어떤 일이지요?』
사내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하지만 의심받을 만큼 큰 움직임은 아니었다. 사내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조 반장이 말을 이었다.
『아직 정확한 것은 파악되지 않았습니다만, 일동은행 내부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여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그 사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습니까? 죽은 여자한테서 들은 이야기 없었습니까?』
『아는 바 없습니다. 평상시에도 은행에 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날 밤에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항인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여전히 태연했다.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건에 대하여 의심을 받기 시작한다는 것을 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일반인들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무죄를 설명하기 위해 당황하게 된다. 눈빛이 변하는 것이다.
오랜 동안 수사활동을 하다보면 그 눈빛을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사내는 이 모든 것을 예측이나 한 듯 너무나 태연한 표정이다. 만만치 않다. 조 반장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생각을 하면서 강 형사에게 말을 건넸다.
『강 형사, 지문을 확인할 수 있겠나?』
『네, 반장님. 확실한 지문이 몇개 있습니다. 아주 최근 지문입니다.』
『증거로 확보해. 어쩌면 범인의 지문일 수도 있어.』
조 반장은 강 형사에게 말을 하면서도 사내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히 움직여야 한다. 가끔씩이나마 손을 댔다면 사내의 지문도 남아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자신의 지문이 증거물로 확보되어 범인으로 몰릴지도 모르는 것이지만 사내의 눈빛은 하나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런 지문 하나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사내의 표정은 태연했다.
조 반장은 지문을 채취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사내에게 물었다.
『혹시, 죽은 여자와 관계를 한 적은 없었습니까?』
『관계요?』
『네, 잠자리를 같이 했다든지 하는 것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