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간토가카쿠(北東價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파격적인 가격공세를 펼치고 있는 고지마와 야마다전기 등 북관동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일본의 가전양판점들이 니시니혼(西日本)지역에 잇따라 본, 지점을 내면서 이 지역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일본 지역은 그동안 베스트전기, 조신전기, 데오데오 등 유력 가전양판점들이 각기 지역연고를 바탕으로 한 튼튼한 판매망을 통해 영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탓인지 파격세일이 난무하는 북관동 지역에 비해 가격경쟁은 덜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고지마, 야마다전기 등 저가격을 무기로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이끌어 내고 있는 북관동 지역 가전양판점들의 잇따른 가세로 시장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고지마, 야마다전기의 서일본 진출은 최근 일본 가전수요가 시원스러운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어서 매출 극대화를 노린 가전양판점 간의 치열한 가격경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서일본 진출의 필두에 선 야마다전기는 군마현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일본 유수의 가전양판점으로 경쟁업체인 도치기현의 고지마, 이바라키현의 게이즈덴키 등과 함께 「북관동의 YKK」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 3사는 그동안 관동 지역을 비롯한 동일본 지역을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성장해왔다.
연간매출액 3천억엔에 달하는 고지마는 단연 업계 최대 가전양판점으로 통하고 있고 야마다전기도 1천6백억엔 규모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 두 양판점은 새로운 신규시장 개척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서일본 지역에 본, 지점을 개설하기 시작했다.
이 중 야마다전기는 지난해에 나고야, 다카마쓰, 오카야마, 히로시마 등에 잇따라 본, 지점을 개설한 데 이어 올해에도 이달초 오픈한 후쿠오카점에 앞서 지난 4월에는 구마모토에도 점포를 개설하는 등 서일본지역 공략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야마다전기는 또 금년 중에는 서일본지역의 중심도시에 새 점포를 개설키로 하고 입지 선정을 위한 조사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오사카, 고베, 교토에 점포를 개설, 서일본지역에 진출한 고지마의 한 관계자는 『고지마의 서일본 진출로 이 지역 가전시장의 가격경쟁이 활기를 띠게 돼 가전제품의 시장가격이 종전에 비해 10% 가량 낮아졌다』며 『앞으로도 시장환경이 좋은 적정지역을 찾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0곳 이상 점포를 새로 개설해 서일본 지역에서의 확고한 위치를 점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본에서 가장 싼 가전양판점에 도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고지마는 최근 디지털 위성방송인 「스카이퍼펙TV」에 가전전문 24시간 쇼핑채널을 개설하고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에 베스트전기, 조신전기, 데오데오 등도 올해에는 점포의 신규개설을 지양하고 제품 및 서비스에 충실을 기해 기존 점포에서 최대한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후쿠오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베스트전기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북관동 지역 양판점과 달리 가격공세보다는 제품 서비스에 중점을 두기로 하는 한편 관계사인 디스카운트스토어 「베스트프라이스」에서는 주요 상품의 가격대를 야마다전기 수준으로 낮추는 등 본격적인 대응태세에 나서고 있다.
한편 이들 북관동 지역 양판점의 서일본 지역 진출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전반적인 가전소비 부진으로 고지마는 지난해 결산에서 전년대비 58% 가량의 경상이익 감소를 기록했으며 야마다전기도 올해 경상이익의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북관동 지역 양판점은 서일본 지역 공략을 통해 경상이익 감소를 보전해 보겠다는 의도겠지만 베스트전기, 데오데오, 조신전기 등 서일본 지역의 「터줏대감」들도 주식상장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경기침체로 인해 경상적자로 전락했을 정도로 수요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고 보면 이들 양판점의 성공여부를 점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올들어서도 서일본 지역 양판점들이 매출액 증대를 위한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관동 지역의 양판점들이 연고도 없는 객지에 점포 신설을 계속한다는 것은 커다란 모험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상황은 어떻든 고지마와 야마다전기가 이 지역에서 신규 점포 개설을 계속하기로 한 이상 저가판매라는 무기를 갖고 있는 북관동 지역 양판점과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한 서일본지역 양판점간의 대결양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주문정 기자>